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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정책의 허실

기자명 황태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기조로 IMF 경제위기를 헤쳐 온 정부는 '1년반내 경제회생' 집권공약이 달성되는 요즘 '민주주의·시장경제·생산적복지의 병행발전'을 새 국정기조로 내걸고 경제위기와 개혁의 부담과 고통을 집중적으로 짊어진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생활안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생산적 복지정책은 중산층과 서민의 회생대책일 뿐만 아니라 지식기반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지식기반 산업화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은 한편에서 신기술과 신지식을 가진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구기술과 구지식으로 인해 퇴출된 실업자가누적되는 부조리와 교육훈련 체제부족이 지속된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지식기반산업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교육·훈련 지원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기반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고용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창업지원 및 모험심 진작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환경을 개선하고 본질상 비교적 환경친화적인 지식기반 산업의 확산을 측면에서 촉진하기 위한 환경조세 정책, 환경운동 및 상부상조 자원봉사를 비롯한 시민활동 지원·활성화 정책, 21세기 노령화 사회에서의 노인복지 정책, 지식기반 산업과 문화산업의 사회·문화적인프라 제공과 내수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문화복지와 환경복지 정책 등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21세기 복지정책은 지식기반 산업화가 진행되는 한 고용 및 취업문제, 그리고 새로운 생산형태의 지식·문화적 인프라 문제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된복지정책이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 복지를 '취업으로 통하는 복지'라고 부르고 독일 정부는 '공적 부조로부터 취업으로 이끄는 복지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있다. 우리 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대동소이하다. 경제의 역동화와 더불어 생산적 정책을 유효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근로자의 세금 및 부과금을 둘 다 낮춰주는 경제·조세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 생산적 복지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는 두 가지 이데올로기적 망집이 존재한다. 하나는 균형예산 이데올로기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측면우선의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이다. 우리는 균형예산 이데올로기로 인해 적자예산을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이런 까닭에 1998년 이래의 적자예산도 적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에 불과할지라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부담'으로 간주한다.

균형예산 이데올로기의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이번에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생긴 5조원의 재정수입 초과금 가운데 2조5천억원을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를 중산층·서민 생활안정 정책에 투하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연봉 2천4백만원중간소득자(4인가족)에게는 겨우 43만원의 세금 경감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1억원 소득자에게는 300만원 혜택이 주어진다. 참 초라하고 불공정한 정책이다. 균형예산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망집에서 세수수익의 반을 빚 갚는 데 쓰다 보니대통령이 특별 지시한 중산층·서민정책이 이렇게 초라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하여 공급측면 우선의 낡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는 내심으로 생산적 복지를 위한 수요측면의 중산층·서민가계 조세지원 정책을 경제적으로 부담스런 '선심'정책으로 홀대하게 만든다.

이 균형예산 이데올로기와 공급측면 우선의 이데올로기가 타파되지 않는 한 생산적 복지의 정책공간은 지극히 협소하다. 이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적자재정을 GDP 대비 10%까지도 '정상'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 적자재정은 경제규모의 양적 팽창 덕택에 생겨나는 세수증가로 점차 해소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선진국들은 과거의 수요측면 우선이냐 공급측면 우선이냐 하는 양자택일로부터 벗어나 공급과 수요 양측면을 다 중시한다. 이 공급·수요 양측면 중시 노선에 입각하여 독일 정부는 지난 6월 기업세와 소득세를 둘 다 대폭 인하하는 조세정책 현대화를 확정하였다. 중간소득자의 세금경감액은 우리보다 거의 두 배 많다.


황태연/동국대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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