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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불교를 선택하는 이교도들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인도영화 '벤디드 퀸'의 실존인물 폴란 데비 여인이 최근에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했다. 이탈리아의 축구선수 바지오는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그가 카톨릭 국가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소수종교인 불교의 독실한 신자라는 사실때문에 세계사람들의 화제가 되었다. 영화 '리틀부다'를 감독한 배루톨루치 감독은 티벳불교의 환생이야기를 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면서 불교에 대한 깊은 믿음을 표현함으로써 큰 파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종교를 바꾸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때문에 보통 사람이 개종한다고 뉴스가 될 수는 없다. 또 아무리 문화권이 다르다고해도 불교가 엄연히 세계종교인데 서양사람들에게서 관심과 호의, 심지어 신앙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저 낯선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폴란 데비나 바지오나 베르톨루치의 경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것이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문화토양에서는 거의 생각할 수도 없는 신앙생활을 결행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데비는 힌두교의 토양에서, 바지오는 가톨릭의 토양에서, 그리고 베르톨루치는 개신교 사회의전통을 거부하고 과감히 불교를 선택했던 것이다.

특히 폴란 데비의 경우는 인도사회의 뿌리깊은 신분제도의 벽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등 사회적 장벽이 너무나 큰 가운데 용감하게 불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녀는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차별을 견디다 못해 비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81년에는 자신의연인을 윤간한 부유층 힌두교도 22명을 한꺼번에 살해함으로써, 세계적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10여년간 비적단의 여두목으로 활약한 데비는 그 후 인도에서 가장 척박한 땅인 챔벌 계곡에서 2년간 도주생활을 한 끝에 88년 정부당국에 자수, 11년형의 선고를 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2월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었다. 이같은 그녀의 고난에 찬 인생역정을 생각할때, 그의 불교 개종의 의미가 새삼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불교귀의에는 그녀가 감옥에 있을때 캄보디아의 고승 나르무 라마가 자주 면회를 왔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없어도 근본적으로 그는 불교에 귀의했어야 했다. 천민이요 여성인 그로서 신분적 계급과 여성 차별이 심한 힌두교를 믿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불교에 귀의해야 하는 것은 너무 때늦은 것이다.

부처님은 벌써 2천 5백년전에 그 혹독한 신분계급 사회에서 천민 똥치기 니아다아나 수드라 계급의 이발사 우바리를 브라만이나 크랴트리아등 상류급 출신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승가에 받아들였으며, 비구니 수행단의 창설을 허락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인간의 차이는 신분이 아니라 덕성과 지혜에 의해서만 드러난다고 한 것도 바로 부처님이었다.

그점에서 데비가 불교를 뒤늦게 선택하게된 것은 오로지 그녀가 그동안 불교를 몰랐었기 때문이었다고 할것이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늦으나마 당연하고 옳은 것일 수 밖에 없다. 데비와 그의 남편이 함께 개종한 인도 서부나그푸르의 한 공원에 1만 5천의 천민출신 불교인들도 자리를 함께 했었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녀는 담마 비리오스님에게서 수계를 받은 후 '평화와 비폭력'의 서약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연설을 통해 "불교는 종교이기 보다는 평화로 이끄는 삶의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화와 자비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느끼게 한다.

바지오 역시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꿈꾸던 10대 소년기에 무릎을 크게 다쳐3번의 수술을 받고 2년동안 방황의 날으리 보내면서 생노병사를 초월하는 불교를 접하고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불교 귀의이후 재기에 성공한 그가 가톨릭 국가에서 교황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은 것은 그의 신심을 더욱 굳개하는 계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불교개종이기 보다는 이로서 불교가 고난을 구하는 희망의 용기의 종교로 우리 시대에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공종원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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