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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포교’ 외고집 인취사 혜민 스님

기자명 한신애

“혼탁한 세상 연꽃으로 淨化”

연꽃스님으로 불리우는 스님이 있다. 13여년을 오로지 연과 함께 살아온
인취사 혜민 스님이 그 주인공. 새벽마다 연꽃과 담소를 나누는 스님은
예토를 연꽃으로 장엄하는 연꽃보살에 다름 아니다.

연꽃 스님이라 불리는 스님이 있다. 13년 째 외고집으로 연을 가꾸고 가꾼 연을 나눠주며 ‘연꽃 포교’를 펼치는 이 스님은 백련으로 유명한 아산 인취사 주지 혜민 스님. 그 유명세만큼 인취사에 들어서면 혜민 스님의 정성이 묻어나는 800평 규모의 연못과 곳곳의 하우스에서 피운 연꽃의 향내가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진하게 향내를 피우는 법이 없는 연꽃은 독한 향수나 화장품을 바른 사람은 느끼기 힘들 정도로 은은하게 경내를 감싸고 있다.

전국 1000여 연지에 연꽃 보시

백련 3뿌리로 시작한 혜민 스님의 연 가꾸기는 13년 세월과 함께 ‘백련 사찰 인취사, 연꽃 스님 혜민 스님’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혜민 스님이 연꽃 스님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인취사에 대규모 백련지가 있어서 만은 아니다. 연을 가꾸는 스님이라기보다 연을 나눠주는 스님으로 더 이름이 나 있기 때문. 혜민 스님은 인취사 연을 보고 집에서도 길러보고 싶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매년 4월이면 아낌없이 백련을 나누어준다. 스님을 찾아 연을 분양 받는 개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연지를 새로 만드는 사찰이나 공원, 식물원 등지에서도 인취사 혜민 스님으로부터 연을 분양 받았다. 올 봄에만도 혜민 스님은 제주 법화사 2700평에 이르는 연지에 연꽃을 분양했다. 3년 전 무안 회산방죽의 백련, 작년 수원 만석공원, 광릉 국립공원, 수목원, 식물원, 연꽃을 원하는 사찰 등 전국 1000여 곳에 이르는 연지가 인취사에서 분양 받은 연으로 조성된 것. 작년 식목일에는 ‘맑고 향기롭게’와 함께 공동으로 백련나누기 행사를 펼치지도 했다.
인취사에서 사람들이 연을 받아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스님이 백련을 전국적으로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이유는 단 하나. 전통 사찰에서 스님이 키운 연을 나눠주는 자체가 연을 받아 가는 사람들이 불교에 자연스럽고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결국 큰 포교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연지 가꾸며 환경-생태계 복원

인취사는 원래 백련으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비닐 하우스에서 5종류의 노란 황련, 핑크 빛 연 1종, 하디루터스라 불리는 홍련까지 구경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런 희귀 연꽃은 미국 L.A나 버지니아 등지에서 물 건너 온 품종으로 혜민 스님의 연꽃 사랑을 익히 하는 원로화가이자 서울대 미대학장인 서세욱 선생이 자비를 들여 전세계에서 구해온 것이다.
혜민 스님은 연은 가장 원시적이고 불교적인 식물이라고 말한다. 또한 연을 기르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환경캠페인이 된다고 한다. 스님이 연을 통해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연은 수질과 토질과 대기가 아주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원의 만석공원이 토질과 수질의 문제로 작년에 일군 연지의 연이 모두 죽게된 것도 스님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인취사에 다양한 종류의 연이 건강하게 이른 새벽부터 꽃을 피우고 해마다 연꽃 철이 되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인취사 연지로 몰려드는 것은 다 스님의 연이 잘 자랄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스님은 환경운동은 생태계를 진정으로 이해하는데서 시작해야한다고 말한다. 생태계는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수질이나 토양, 대기 중 하나만 파괴돼도 자연의 질서는 금새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 내 스스로가 먼저 환경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스님의 모습에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대학-관공서에서 ‘연꽃법문’

혜민 스님은 자연환경만큼 중요한 것이 정신환경이라고 늘 강조한다. 정신이 맑고 제대로 된 사고방식을 가져야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다고 무시할 수 없는 논리. 그래서 스님은 시청이나 경찰서 등의 관공서에서 공무원들이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교육 강의시간을 때때로 갖는다. 순천향대학교 불교학생회 지도법사이기도 한 스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법문을 한다. 혜민 스님이 하는 법문은 여타의 스님들이 즐겨하는 법문과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 특정 경전에 치우치거나 의지하지 않은 법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의식이나 민족의 당면 과제인 통일문제를 해석하는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스님의 주된 법문 내용이 된다.
산업사회 이후 서양이 정신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접하게 된 티베트의 밀교 속에서 정신적으로 빠져나갈 비상구를 찾았듯이 불교는 혼탁한 이 사회를 정신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아침이면 연꽃과 대화 나눠

집안에서 연꽃 기르기를 시도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연꽃을 한해는 예쁘게 가꾸지만 다음 해까지 이어 연 뿌리를 늘리고, 꽃을 늘려가며 연 기르는 재미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연을 기르는 일이 쉽지 않은 탓이다. 연은 열대성 식물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7-8월 기후에만 잘 맞는다. 물 온도가 높고 햇빛 조절을 잘 해야 죽지 않고 잘 자라기 때문에 연못에 투과되는 햇빛의 양이며, 연못의 깊이, 습도, 토양, 수질을 잘 맞춰야 한다. 혜민 스님은 연을 가꾸며 어떤 환경속에서 길러야 예쁜 꽃도 보고 건강하게 번식할 수 있는지 연의 생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리고는 매년 4월 연을 분양해가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곤 한다. 깨끗한 물과 토양과 대기가 기본 조건이며 물 온도는 차지 않게 늘 유지하고 한 평에 한 그루 정도를 가꾸어야 연이 잘 자란다고.
새벽에는 주로 연과 대화를 나눈다는 혜민 스님에 따르면 연은 아주 예민해서 사람이 해를 가하려는 것인지 도움을 주려는 것인지에 따라 잎을 조금만 건드려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죽는다고 한다.
연을 가꾸는 일 외에도 스님은 화엄경을 사경하고 붓글씨를 즐겨 쓰며 고즈넉한 인취사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인취사 찾아가기

혜민 스님과 연, 마당에 개 두 마리, 새, 스님의 공양을 담당하는 거사 한 분이 인취사를 지키는 전부지만 백련 향 가득한 인취사는 연의 계절에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전통사찰이다. 인취사에 가면 혜민 스님이 우려주는 차의 맛도 볼 수 있다.
충남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 84번지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사찰 인취사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장항선 온양온천 역에서 내려 순천향대 방향으로 택시를 타면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041)542-6441

글·사진=한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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