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도 중생들이 사는 현실의 모양을 불난 집에 비유하신 바 있습니다. 불난 집에서 멋모르고 놀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좋은 방편을이용했습니다.
경제 위기라는 불난 집에서 구출하는 방편은 무엇일까요. 국가 전체의 경제 정책 입안이나 집행은 담당 기구가 알아서 해야겠지만 국민들은 생활 터전인 가정과 직장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이 위기를 벗어나는 길인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해서 현재의 원인을 파악하고 극복할 수 있는 불교 방법론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선 오늘의 현실이 왜 이렇게 위험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 상황의 즐거움에 탐닉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는 감각 기관은 눈, 귀, 코, 혀, 몸, 뜻(眼耳鼻舌身意)의 여섯 가지입니다. 이 여섯 가지가 물질, 소리, 냄새 ,맛 ,촉감, 법(色聲香味觸法)의 감각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입니다. 눈으로 아름답고 마음에 드는 것만 보려 하고, 귀로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며, 입으로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는 우리의 중생심이바로 지금의 현실을 초래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초기 경전인 아함경에서 `내 자신의 마음이 높은 곳에 위치하면 높은 곳에 살고, 더럽고 추한 곳에 위치하면 더럽고 추한 곳에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은현재의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의 표현인 감각기관의 만족도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감각기관은 사실상 만족할 줄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우리의 경제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소비지향적 경제 행태를 보인 것이 원인입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개인의 실천 방안은 바로 감각기관의 만족을 줄이는데 있습니다. 보다 더 아름다운 것, 편안 것, 멋있는 것, 맛있는 것에 탐닉하기보다는 작고 조촐한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작은 데서 만족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고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슈마허가 이야기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우리 감각기관의 만족도를 줄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만족을 이룰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에 근거한 것입니다.
주변을 잘 살펴서 아껴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씁시다.
법현 스님/서울 천중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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