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비-名利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세상 이름 탐하는 것

몸만 괴롭게하고
업의 섶에 불보태기

수행자 가운데 명리를 누린 사문(沙門)들이 많다. 국사나 왕사의 직위를 부여받고 국정에 참여하여 영예를 누린 수행자와 국사의 책봉을 받고도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사양한 수행인도 있다. 특히 서산은 명리를 경계한 대표적 수행인이다. 그는 명리(名利)납자는 시골에 묻혀 사는 노인만도 못할 뿐아니라 세상의 이름을 탐하는 것은 쓸데없이 몸만 괴롭게 하는 것이고 잇속을 따라 허대는 것은 업의 불에 섶을 더 보태는 격이라 하였다. 그러나 서산은 선종판사라는 승려로서 높은 직위에 올라 세상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일이 있다. 명리를 경계한 사람이 이름을 날리고 잇속을 취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비난도 따랐다.

훗날 서산은 선종판사 자리에 오른 것을 후회하였다. “사람이 한생애를 살아가는데 나이가 귀하니 이제 비로소 옛날 행동을 뉘우친다. 어찌하면 하늘에 닿는 저 바닷물을 쏟아 산승의 ‘판사’란 이름을 씻을꼬.” 지난날 벼슬자리를 통해 얻은 허물을 뉘우치고 있다. 그리고 9세기경 동산(東山)선사는 임종에 다다랐을 때 제자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그동안 부질없는 이름을 남겼다. 누가 나를 위해 없애 주지 않겠느냐.” 눈밝은 선지식인 일수록 부질없는 명예를 지우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늙으면 노욕(老欲)이 생긴다고 한다.

생명욕과 명예욕은 젊은날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한다. 오래살고 싶고 나이에 걸맞는 직위와 명예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치열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과 독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원로로써 풍부한 경험과 넓은 식견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데는 관심을 갖지 않고 부질없는 명리에 집착한 원로들이 우리곁에는 있다. 얼마전 남아프리카를 통치하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무얼하겠느냐고 기자가 물었을 때 그는 고향에 돌아가 어릴때 보았던 나무와 강과 흙을 밟으면서 살겠다고 대답한 일이 있다. 사람들은 높은 직위에 올라갈줄만 알뿐, 물러서는 안목과 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남을 모함하여 자리를 탐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