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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불교학자 ‘호국-스님 군복무’ 놓고 논쟁

“스님 징병은 반 불교적 제도”


“군대 있다면 그곳도 도량”

호국불교는 한국불교의 파시즘 입증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푸른 눈의 한국인 박노자(33) 오슬로국립대 교수. 최근 그의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교계에서도 호국불교(護國佛敎)의 개념 및 승려 군복무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 책에서 군복무를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나 양심에 따라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박 교수는 특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불자(佛子)’라는 글을 통해 스님들의 군입대와 호국불교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박 교수는 70년대 구산 스님 아래에서 수행했던 헨릭 소렌슨(법명 추광, 현 불교학자) 씨의 ‘한국의 호국불교개념과 파시즘’이라는 논문 및 대화내용을 인용하며 “생명까지 내놓을 각오로 ‘불살생계’를 지켜야 할 승려들이 오히려 ‘호국’에 안간힘을 썼을 뿐 아니라 일제가 대동아전쟁 때 쓰던 표현들을 그대로 답습해 원시경전에 보이지도 않는 ‘호국불교’라는 괴상한 논리를 마치 불교의 주요 이념처럼 꾸몄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비구 스님의 군복무 등을 통해 군사문화가 승가로까지 유입돼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며 “생사를 벗어나려는!

수행자들에게 살생의 업무를 덮어씌우려는 제도가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일단 호국불교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중세의 불교의례』에서 호국불교를 비판한 김종명 영산대 교수는 “호국을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간주해 온 것은 관련문헌의 불충분한 검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만든 날조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지난 70∼80년대 호국불교라는 말이 그토록 강조됐던 것은 자의건 타의건 불교계가 정치적으로 종속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의 호국불교 자체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는 김호성 교수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근현대’의 왜곡된 호국불교론을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몽고군에 맞선 고려대장경 판각, 왜군에 대한 승병의 항전, 일제하 독립운동 등 긍정적인 부분까지도 도매금으로 넘어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중생의 고통이 극단에 이르는 것이 전쟁”이라며 “민중들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 상황 속에서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호국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중생구제를 위해 항전했던 과거 역사적 사실들을 굳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호국'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편 스님의 군입대와 관련해 ‘반불교적’이라는 박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군대가 존재해야하고 그곳에서 부역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을 도량으로 삼아 전법의 장으로 삼는 것이 대승불교의 정신이며, 오히려 재교육을 통해 이러한 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모든 이에게 대체복무제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스님을 비롯한 성직자에게만 주어진다면 불교가 특권화되고 이로 인해 불교가 대중과 격리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라, 고려는 물론 심지어 조선에 이르기까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출가자들의 군복무가 의무화되지 않은 속에서 유독 현대에서만 실시되는 스님들의 군복무는 재고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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