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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탈피… 현지 교리-수행 연구 뚜렷”

해외취득 불교박사논문 연재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을 비롯한 유럽·북미·인도 등 외국 대학에서의 박사학위 취득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도 불교를 주제로 한 4명의 박사가 탄생했다. 일본, 인도, 미국 등에서 취득한 이들 연구자들은 외국에 나가 한국불교를 연구하던 기존의 경향과는 달리 그 나라의 불교를 주제로 하거나 원전에 대한 탄탄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그 성과가 돋보인다. 특히 이들 논문이 더욱 빛나는 것은 4편 모두 기존에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독창적인 분야라는 점이다. 이들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법공 스님(日 불교대)-삼계교사상사 연구

“삼계교 사상 신라불교에 지대한 영향”

삼계교 조명한 첫 박사논문

신라불교사상과 결부해 고찰



중국 남북조 시대 말기 인물인 신행(信行, 540∼594) 스님에 의해 주창된 삼계교(三階敎)는 수·당·송 400여 년에 걸쳐 수많은 민중들의 희망이 되어왔다. 그러나 불교계 내부나 정치세력권으로부터 이단시되고 위험시되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삼계교에 대한 연구는 1000년이 지나고서야 다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1925년 일본학자인 야부키 게이치(失吹慶輝)가 돈황자료를 이용해 최초의 연구서를 펴냈으며, 1998년에는 이시모토 테루마(西本照眞)의 「삼계교의 연구」 등 연구성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80년대 이상현·방영선 씨의 석사 논문 2편을 비롯해 민영규(전 연세대), 이평래(충남대), 이효걸(안동대) 교수 등의 단편적인 논문이 있을 뿐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는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법공 스님이 일본 교토 불교대(佛敎大)에서 취득한 박사학위논문인 「삼계교사상사 연구」는 삼계교 사상을 통해 대승불교의 실천적인 사상은 무엇이며, 그 영향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가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국내 첫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4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7년 일본 화원대(花園大)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던 스님은 이번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삼계교의 사상은 중국불교사에 있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광법사를 비롯한 자장, 원효, 의상, 진표 등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신라불교에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삼계교는 그 전래시기가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여느 종파보다도 늦지 않으며 일종의 계조직인 점찰보를 비롯해 나말여초 점찰참회법 등 진표에게서도 삼계교의 실천적 행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삼계교의 신행은 법화경의 상불경정신과 두타행을 비롯해 하루 한끼로 평생 살면서 산중불교가 아닌 민중불교를 주장한 인물이다. 법공 스님에 따르면 그의 사상은 널리 타인을 공경하여 비방하지 않는 다는 ‘보경(普慶)사상’과 자신의 그릇된 점을 인정해 이를 극복한다는 ‘인악(認惡)사상’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이는 곧 화엄의 사상과 근본적으로 상통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환희심으로 무주상 보시할 것을 강조하는 ‘무진장시(無盡藏施)’와 같은 실천 강령도 화엄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삼계교단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한 동인이 됐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위앙종 등 선종에서도 삼계교의 영향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음도 함께 조명했다. 스님은 “일본에서의 삼계교 연구는 교학적인 접근을 비롯해 역사학, 국문학, 복지학 등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삼계교 연구는 한국불교의 좌표를 설정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운 스님(美 하버드대)-능가경 인도주석서에 대한 연구

“능가경, 유식학파 소의경전 아니다”

유식 입장서 능가경 해석했을 뿐

중관학자 능가경으로 유식비판도



능가경(楞伽經)은 유식학의 소의경전으로서 또 선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경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설을 뒤집고 능가경은 유식학만을 위한 경전이 아니라 중관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특히 이 경은 유가행파 성립 이전에 편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월 6일 스님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범어인도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소운 스님은 그의 학위논문 「능가경 인도주석서에 대한 연구-중관과 유식사상」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능가경의 대표적인 인도주석인 『아리야랑카바타라수트라브릿티』(11세기)와 『타타가타흐리다야랑카라』(12세기)를 중심으로 능가경이 유식학파 출현 당시 혹은 성립 이후에 만들어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비롯해 능가경과 반야경과의 연관관계를 고찰한 스님은 “능가경과 인도주석서들을 문헌학적 관점으로 고찰해본 결과 능가경은 유식학파의 사상체계를 위해 편찬된 것이 아니라 대승불교의 근본사상을 체계적으로 성립시키고자 만들어진 경전”이라고 밝혔다.

스님이 후대 유가행파 사상가들이 유식의 입장에서 능가경을 재해석했다고 보는 까닭은 6세기 중관학자인 브하바비베카와 7세기 찬드라키르티가 능가경을 바탕으로 유식학파의 유식사상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후기 중관학자인 8세기 상타라시타와 카마라실라가 능가경을 근본으로 해서 중관학적인 관점으로 유식사상을 재정립하고 있는 점 등을 미루어볼 때 능가경이 유식학파만을 위해 성립된 경전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스님은 이와 함께 능가경과 중관학자들과의 관계를 비교종교와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해 본 결과 중관학파 특히 유가행중관학파들의 사상체계에 능가경 사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는 능가경 사상이 반야경 사상체계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소운 스님은 “인도불교철학의 결정체인 앞의 두 주석서가 후기 유가행중관학파의 사상적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중관학자들의 능가경에 대한 관점이 후기 인도불교철학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러한 능가경에 대한 관점이 인도불교철학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89년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동경대에서 입학한 후 중국 정영사 혜원(523~592) 스님의 계율사상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94년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하고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스님은 앞으로 “이제는 한국에서 학문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박사학위 논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한편 세계 여성불자들을 위한 교육사업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병남(印 델리대)-티베트불교 람림전통에 대한 연구

“티베트불교의 힘, 그 원천은 람림”

교리-수행 등 다각적 조명

남방논사 붓다고사와 비교도



람림(Lam Rim)은 열반에 이르는 순차적인 길을 지칭하는 말로 ‘람림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티베트 불교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티베트 불교의 근간 사상으로 알려져 있다. 안병남 박사가 인도 델리대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인 「티베트불교 람림전통에 대한 연구」에서는 람림, 즉 『보리도차제론』이 티베트 사회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었는가,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안 씨에 따르면 『보리도차제론』은 1038년 티베트에 입국한 인도의 고승 아티샤(980∼1052)의 교학에 그 뿌리를 둔다. 아티샤는 당시 무분별한 밀교행법으로 인해 타락한 양상을 보이던 당시 티베트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보리도등론』을 저술하고 세가지 길을 제시한다. 첫 째는 삼보에 대한 믿음을 갖고 선업을 지어 윤회의 세계 내에서 공덕을 쌓음으로써 더 나은 길을 추구하는 것으로 하사도(下士道)이며, 둘째는 깨달음을 추구하며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승적 수행자의 길로 중사도(中士道)이다. 또 마지막으로 중생의 제도를 위해 윤회의 세계 내에서 살아가는 발보리심한 대승보살의 길로 상사도(上士道)라고 부른다. 인도의 중관과 유식사상을 폭넓게 공부하고 이를 통합하려 했던 아티샤가람림의 원조로 불린다. 그러나 람림을 본격화한 인물은 바로 쫑카파(1357~ 1419)다. 쫑카파는 1402년 아티샤의 저술에 나타난 분류 방법에 입각해 보다 치밀하고 논리화한 『보리도차제론)Lam Rim)』을 저술하게 되고,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에 대한 주석작업이 이어지게 된다.

안 박사는 티베트 수행체계인 이 람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점에 착안해 티베트불교의 역사를 바탕으로 람림에 대한 기원과 발전단계,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의 예비단계, 스승의 절대성을 다루고 있다. 또 하사도, 중사도, 상사도 각각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티베트 고유의 이 람림 전통과 남방불교 최고의 논사였던 부다고사가 팔리경전을 계정혜 삼학의 차원에서 분류, 이를 체계화한 전통과 비교한 점이다. 이러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대승과 소승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음을 논증했다는 점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학자로는 처음 인도에서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번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안 박사는 “람림은 혼란스럽고 부실상태에 빠진 한국불교를 체계화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심인자(日 동경대)-자운의 정법사상

일본 중-근세 계율부흥운동 조명

에도시대 사상사 새관점 제시

자운의 계율 교화활동 검토



심인자 박사가 최근 일본 동경대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 「자운(慈雲)의 정법(正法)사상」은 국내학자가 일본불교를 다룬 첫 박사학위논문이다. 이 논문은 17∼19세기 에도시대 불교부흥 및 계율부흥운동, 민중교화운동, 신도(神道)운동 등 다방면에 걸쳐 적극 활약함으로써 일본근세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자운의 사상과 활동에 대해 연구 고찰한 논문이다. 그는 이를 통해 근세불교사에 있어서의 자운의 위치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타락불교’라는 낙인이 찍혀온 근세불교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바로 잡고자 시도했다.

그는 먼저 자운 스님의 사상과 관련해서 활동 근저를 이루는 사상을 ‘정법사상’을 중심으로 파악했고, 그 정법사상의 일관된 특성으로서는 옛 전통의 중시·실천의 중시·초종파적 태도와 제사상의 섭취 등을 꼽았다. 또한 불교부흥운동의 중심이 되는 계율부흥운동에 대해 검토함으로써, 계율의 종파화를 부정하고, 계율을 호지(護持)를 중시해 승단내에 새로운 계급을 설치함으로써 실천적 교단을 설립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특히 남도불교계의 계율전통과 비교검토함으로써 중세 계율전통보다 더 옛 전통을 중시하고 있음도 함께 규명했다. 한편 자운의 민중교화운동을 다룬 부분에서는 십선(十善)에 의한 민중교화활동을 검토해 불교의 세속화 측면을 조명했다. 또 에도시대초기의 불교세속화론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운의 불교세속화 운동이 보다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점도 논했다.

기존의 학문적 경향과 달리 자운 스님의 사상기반에 초점을 맞춘 이 논문은 “자운의 각 활동이 ‘정법사상’이라고 하는 통일된 체계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불교 연구뿐 아니라 에도시대 사상사 전체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79년 고려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심 박사는 이후 95년 동경대에서 「응연(凝然)의 계율사상」(1997)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심 박사가 일본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과 한국불교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늘날까지 일반국민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불교의 힘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그는 이번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일본 중세는 물론 근세 계율부흥운동의 특징과 의의를 해명함과 동시에 특히 자운의 십선계운동 연구를 통해 일본불교가 민중의 생활 속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의 일면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심 박사는 “지금까지 일본 중·근세에 있어서의 계율부흥운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앞으로는 근대의 계율운동을 고찰함으로서 일본 계율부흥운동사 전반에 대해 조망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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