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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큰정치작은정치

기자명 權奇悰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亞太경제협력(APEC)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국회에서 `넓은세계 밝은 미래'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연설에서"우리는 30년 적폐를 씻어내고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야하며 과거를 청산하는 개혁과 함께 미래를 향한 개혁, 국제화를 위한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는 要旨를 밝혔다.

이같은 안목은 오늘 한국이 처하고 있는 실상을 정확히 판단하고또 세계의 흐름을 바로 인식한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의 문제는우리만의 문제가 될 수 없으며 세계와 함께 미래를 조망하고 진취적기상을 가지고 생산적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젼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물론 대통령이 구청이나 동회에서 해야할 말단 행정의 문제를 국회에서거론 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은 피부에 와서 닿는 정치를 필요로 하고있다. 정치는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아가도록 되어야 한다. 국민이불편하고 짜증스럽고 살맛을 잃고 있는데 어떻게 세계화 미래화를 향해나아가라는 것인가.

내실없는 국가정책벼농사를 지었더니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배추를심었더니 사주지도 않아 밭에서 갈아 엎었다. 취직을 할려니 사람을뽑는데도 없고 직원 채용을 해도 턱 없이 적게 뽑는다. 중소기업은직원을 채용하려 해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불법체류하는 외국인을써야 한다.

그러니 불법체류 외국인을 출국시킬 수도 없고 안시킬 수도없어, 기간과 수를 정해서 합법적인 체류를 결정하고 있다. 이 나라사람들은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힘들거나 더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한다.

쓰레기를 버리려 해도 버릴데가 없고, 마실만한 깨끗한 물도 없다.길은 좁고 차는 늘어난다. 지하철은 이제 지옥철이 되었다. 우리는아침에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출전을 하는 것이다.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면 전사가 되고 만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의 선진을달리고 있다. 주택가 골목에서는 아침 저녘으로 주차시비가 그치지않는다.

어느 동네에서는 영하 7,8도가 내려가는 추운 날씨에 가스가 나오지않아 난방도 취사도 못했다고 한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작년에도그랫다고 했다. 경찰이 경찰서에 보관중인 최루탄을 훔쳐 팔아 먹었다고한다. 체포했던 마약사범의 탈주를 도와 주기위해 경찰이 수갑을 풀어주고 공무원의 신분으로 가짜 주민등록증을 발부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또 대통령이 국제화 미래화를 역설한 며칠 뒤에는 그 연설을 했던국회의사당에서 그 연설을 들었던 바로 국민의 대표들이 날치기 법안을통과하였고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 했다고 해서 멱살을 잡고, 치고, 박고,난투극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역시 국회의원도 힘이 세고 목소리가커야만 국제화 미래화가 되는 것일까.

이제 쌀시장이 개방된다고 한다. 개방의 원칙은 변함이 없고 그방법만이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연일 쌀개방을 놓고, 시위와 데모로설전을 거듭하고 있다. 추곡 수매의 양도 그렇다. 더 많이 수매를해야 한다거나, 더할 수 없다거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수를 가지고계획을 수립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아이들 떼쓰는 겪으로 밀고 당기는유치한 투쟁을 벌리고 있다. 이러 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예산을통과시킬 수 없다거나 어떠한 일이 있어도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시비로 연일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소박한 국민의 요구들내년부터는 원자재값과 세금의 인상으로 공산품값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보도가 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마내년에는 또 상당히 물가가 올라야 하는가보다.

추운겨울은 닥쳐오고 재미나는 일은 없고 살기는 고달프다. 그런데눈을 세계로 돌리고 미래화 국제화 해야 한다는 말씀이 서민들의 귀에들어 오는 이야기며 피부에 닿는 소리인가. 한때는 보통사람의 시대를열자고 했었다. 그것은 보통사람이 대접받고 보통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만들자는 소리였다. 요즘에는 고통을 분담하자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과연 누가 누구의 고통을 나누어 가진단 말인가.

이제 서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말단 근로자가 아이들 교육이나 시킬수 있고 먹고 사는데 걱정 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보람을 갖는것이다. 더럽고 힘드는 일을하기 싫어 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일은 값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일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일은 힘들고 임금은 적으니 누가 힘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국민들의 소박한 심정은 큰정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삶의 문제를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살아가기 힘든데는 선진국이 무슨 의미가있으며, 국제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이러한 큰 정치도 다 잘살자는 것이기는 하지만 작은 것도 좀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權奇悰/동국대교수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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