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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세상을 바꾼다

기자명 법보신문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링컨이 젊은 시절 변호사였을 때, 그는 우연히 한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은 스토우 부인이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소설책이었다.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상을 여실히 고발한 이책 한권을 읽고, 변호사 링컨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려먹은 더러운 짓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해야한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노예제도를 없애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아니라 정치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는 기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노예해방을 선언, 남북전쟁을 치러가면서도 결국은 노예해방을 실현시켰다. 링컨은 [톰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소설을 쓴 스토우 부인을 대통령 집무실로 초청했다. 링컨대통령은 스토우 부인과 처음 만나 악수를 했다. 그리고 스토우 부인의 손을 잡은 채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스토우 부인, 부인의 이 연약한 손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게 하셨습니다. 부인께서 쓰신 책 한권이 이렇게 세상을 바꾸게 하신 것입니다.”

링컨의 인행의 진로를 바꾸게 하고, 링컨이 대통령이 되게 만들고, 노예해방을 실현시키게 한 것은 바로 한권의 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한권의 좋은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하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뀌게 하고,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바뀌게 만든다. 서울 성북 등에 있는 길상사(吉祥寺)를 웬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언필칭, 세속의 잣대로 환산하면 ‘천억원’짜리라는 한국 최대의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주인이었던 김영한 보살이 법정(法頂)스님께 시주하여 오늘의 길상사가 된 사연도, 알고 보면‘한권의 책’ 덕분이었다. 법정 스님이 법문을 하기 위해 미국 LA의 어느 사찰에 머물고 계셨을 때, 김영한 할머니가 친구와 함께 찾아와서 처음 만난 자리. 그 자리에서 김할머니는 “대원각을 조건없이 시주 하였으니 절로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법정 스님이 쓰신 책 [무소유]를 읽고 감동을 받아 기상천외의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로부터 장장 10여년 세월, “제발 제 시주를 받아 주십시오”와 “나는 받을 수 없습니다”의 기이한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은 김할머니가 법정 스님의 뜻에 감복, 대원각의 모든 소유권을 송광사에 시주하여 오늘의 길상가 되었고, 법정 스님은 여전히 [무소유]의 자유를 누리시게 되었다.

“나에게 주시오.”

“당신에게는 못 주겠소.”

이런 실랑이가 십여년 계속되는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속의 일이다. 그런데 스님과 김할머니가 계속한 실랑이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정반대.

“내 시주를 받아 주십시오.”

“나는 받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세상에 단 한번 밖에 없을 이 기이한 실랑이가 벌어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법정 스님의 ‘책 한권’ 때문이었다.

책 한권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미국의 모든 흑인들을 노예제도에서 해방시키게 만든 것도 ‘한권의 책’이었고, 일정정치의 대명사였던 ‘천억원짜리’대원각을 오늘의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로 바뀌게 한 것도 ‘한권의 책’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주변에서 책이 천대를 받고 있고, 책방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우리 불교계에서는 불교책이 점점 줄어들어 기독교 책의 백분의 일도 팔리지 않는다. 대형서점에 가보아도 불교책은 잘 팔리지 않으니 맨 구석에 초라하게 밀려나 있다.

자고나면 불교출판사는 문을 닫고,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불교출판사도 문을 닫을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불교영화, 불교음악, 불교미술도, 불교책이 죽고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불교 책부터 살리는 일이 시급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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