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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도량을 찾아서-낙산사 홍련암

기자명 김민경

1300년 계속되는 관세음보살의 가피

낙산사 홍련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이다.
목조로 지어진 관음전 법당 아래는 바다로 내리꽂히는 까마득한 절벽. 법당 마루에 난 한 뼘 크기의 조그만 구멍으로 검푸르게 출렁이는 바다를 볼수 있다. 옛 선사들은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정신으로 공부하라고 했는데 홍련암에서는 백척간두 위에서 기도하는 것과 같다. 절벽 위에 판자 하나 달랑 걸치고 앉아있는 것이니 기도가 저절로 잘된다. 고려때에 이미 중국 송나라에까지 관음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졌다. 혜진(惠珍)이라는 송나라스님이 고려 헌종 때 낙산사의 관음굴을 친견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기록이 있다.

홍련암은 낙산사에서 바다 쪽으로 걸어 나와 의상대를 지나 3백미터 쯤에 자리해 있다. 암자 안 작은 마당에는 수십송이의 해당화가 기도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낙산사는 《삼국유사》 의상전교조(義湘傳敎條)에 신라 화엄종의 종승(宗僧)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대나무가 솟은 곳에 지었다는 절이다. 대사는 바닷가 관음굴을 참배할 때 파랑새를 만났는데 새가 석굴 속으로 포로롱 날아들어가 자취를 감추자 이상히 여기고 굴 앞에서 7일 밤낮 기도했다. 7일간의 지극한 기도 후 별안간 바다 위에 홍련이 솟고 그 가운데에 관세음보살이 현신하여 의상대사는 암자 이름을 홍련암이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홍련암 아래의 굴이 낙산사 가장 위에 위치한 원통보전 아래까지 뚫여 있다고 여긴다.

의상스님은 낙산의 관음굴 앞에서 기도 할 때 `백화도량 발원문'을 지었다.

열가지 크나큰 서원과 여섯가지 회향,
그리고 천수천안과 대자대비가 모두 다 같아서
몸을 버려 새 몸 받는 이 세계와
다른 국토 머무는 곳마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항상 설법을 듣고
참된 교화를 돕겠습니다.
널리 법계의 일체중으로 하여금
대비주(大悲呪)를 외우고 보살 명호 염하여
다 함께 원통삼매(圓通三昧)에 들게 하여지이다.
(`백화도량 발원문' 중에서)

의상스님의 관음신앙은 위의 발원문에서 보듯이 전혀 현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씩씩한 구도적 의지만 구구절절 넘친다.

홍련암의 관세음보살은 조선시대에도 깊은 신앙의 대상이 됐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할아버지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이씨로 알려진 할머니와 낙산사 관음굴을 찾아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올린 끝에 이성계의 아버지를 낳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인지 오늘날에도 홍련암에는 불임부부의 발걸음이 특히 잦고 그와 관련된 기도 가피가 많다.

10년째 기도 접수를 담당하고 있는 대자행 보살은 “아기가 안 생긴다고 백일기도를 부치는 부부가 다른 기도도량보다 많은 편이고 내가 보기에 그중 80% 이상이 곧 아기를 갖게 되었다”고 자신했다. 개중에 절 아래 동리에 사는 부부는 연이은 기도 끝에 법당안 비천상의 얼굴과 꼭 닮은 아이를 낳아 절에서 돌잔치까지 치렀다.

우연히 들른 홍련암에 시주하여 수능시험을 잘보게 되었다는 어떤 소년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한 소년은 낙산사에 수학여행을 왔다가 절에서 불사를 하는 것을 보고 부모 몰래 1년간 시주했다. 그리고 수능시험을 보는데 시험장 안 소년 앞에 갑자기 홍련암에 모셔진 관세음보살이 `펑'하고 나타나더라는 것. 소년은 바라던 국립대학에 합격하고 뒤늦게 이야기를 들은 부모가 홍련암을 찾아와서 감사기도를 올렸다.

홍련암에서 기도 중이거나 기도를 마친후 혹은 기도하러 오다가 차가 구르거나 정면충돌하는 등 심한 차사고를 당하고도 멍 한군데 안 들고 무사했다는 불자들의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하나 하나 예를 들기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홍련암 덕분에 부처님의 존재를 믿게 된 교통순경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다 있다. 도량에서 듣는 기도가피 이야기는 내용이 워낙 다양하고 신기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한 번은 원효스님이 의상스님을 찾아 낙산에 왔다가 빨래하던 여인으로부터 물을 얻어마셨는데 이 우물을 후세에서는 냉천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오봉산(낙산) 아래에 있다고 하며 홍련암 가는 오솔길 옆 작은 옹달샘은 그냉천의 물이 흘러들어 솟는 것이라고. 5년전 홍련암에 다니던 노보살의 손자가 그 물을 마시고 오래 앓던 피부병을 말끔히 치유했다.

3대 관음기도도량 답게 홍련암에는 기도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기도객이 몰려들 때에는 대중방이 넘쳐서 도량석을 하는 스님이 암자 마당에서 자는 사람들을 때문에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을 정도라고.

북한잠수함 침투 사건, IMF 이후 그 수가 다소 줄었지만 서울과 부산지역의 불자들이 여전히 홍련암을 찾아와서 각자의 비원을 빌고 간다.

기도시간은 오전 3시, 9시, 오후 2시, 6시 30분이며 3일간의 철야정진(밤11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도 자주 실시된다. 늘 두 명 이상의 기도법사가 상주, 불자들의 기도를 돕고 있다.


양양 낙산사=김민경 기자
mkklm@beopbo.com


홍련암 가는 길

홍련암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55번지에 자리해 있다. 전화번호는 0396)672-2448, 2478.

고속버스편으로 갈때에는 양양에서 하차하여 10∼15분마다 운행되는 시내버스(9번)를 타고 낙산사 앞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요금 540원. 서울(강남,동서울)과 양양간 고속버스가 1시간마다 운행된다.

비행기로 갈 때에는 속초공항(매일 8회 운항)에서 내려 택시를 타는데 낙산사까지의 미터요금이 6천원이다. 기도객은 홍련암 대중방과 낙산사의 새로지은 요사채에서 잠을 자게되는데 기도객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절을 찾기전에 미리 종무소에 전화를 넣어 두어야 한다.

꼭 지켜야할 기도도량에서의 예절 세가지

1. 물을 아낀다.
유명한 기도도량은 대개 산간오지나 해안에 위치해있으므로 사중(寺中)식구들이 마시는 물도 애써 마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도만 하러 오면 물 귀한 줄 모르고 아침 저녁으로 목욕재계하는불자가 많다. 기도도량은 몸과 마음을 먼저 정갈히 한 후 찾는 곳이지 그곳에 가서 깨끗이 씻는 곳이 아니다.

2. 다른 사람의 기도를 방해 하지 않는다.
기도도량에서는 하루 네 번 2시간씩 계속되는 사분정근이 필수. 사분정근틈틈히 잠시 쉴수는 있지만 사분정근도 소홀히 하고 기도하러온 불자들끼리이렇쿵 저렇쿵 잡담으로 아까운 시간을 죽이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는 자식 자랑, 스님 자랑, 재산 자랑 등 자랑만 일삼아 착한 불자들기죽이는 재미로 기도도량을 다니는 불자도 보인다. 좋은 기도도량은 불자들이 만든다. 기도도량에서만큼은 수다를 참고 시간 아까운 줄 알자.

3. 나누는 마음을 갖는다.
기도도량은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모이는 곳. 그만큼 각양각색의, 갖가지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을 일정한 공간에서 보내게 된다.

이런 곳에서 몇몇 사람이 내 음식, 내 물건만 챙기고 나만 편하겠다는 이기심을 보이면 전체 대중이 불편해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때되면 나서서 도량을 청소하고 부엌과 해우소의뒷일을 돕는 등 하심(下心)과 베푸는 마음을 갖고 기도에 임하면 기도가 훨씬 잘 된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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