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원스님 통해 본 신라화엄학

《화엄경문의요결문답》필사본 발굴 내용 완벽 재현

신라불교의 찬술목록을 보면 다른 교학분야에 비해 유난히 화엄 관련 저술이 많다. 그만큼 화엄학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고 깊게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신라 학승들의 화엄 관계 저술은 몇종에 불과하며 그나마 양도 빈약하다.

그렇다면 신라학승들의 화엄학 연구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황규찬 동국대 강사가 지은 《신라 표원의 화엄학》은 신라 화엄학 특히 8세기 무렵의 신라 화엄학을 살펴보는데 매우 유용한 저술이다.

이 책은 신라 표원 스님의 저술로 그 내용이 온전하게 전하고 있는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이하 요결문답)을 연구의 저본으로삼고 있다. 《요결문답》은 화엄사상의 심오한 사상이론을 삼문분별(三門分別)이라는 독특한 형식에 따라 18과(科)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문답형식의 저술이다. 황 박사는 일본속장경에 전하는 것을 수록한 한국불교전서본을 토대로 일본에 전하고 있는 각종 필사본을 비교 ·검토해 《요결문답》의 가치와 내용, 후대 화엄학에 끼친 영향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특히 황 박사는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으면서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일본 연력사본을 새로이 발굴해 냄으로써 한국불교전서본의 이자(異字)·오자(誤字) ·탈자(脫字) 등을 바로잡고 그 내용을 분명히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표원 스님의 실체를 규명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성과다.표원 스님은 그동안 황룡사에 주석했던 스님이라는 것 외에는 생몰연대조차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님이다. 더구나 표원 스님은 의상 스님의 십대 제자〔義相十哲〕의 한 사람인 표훈 스님과 동일 인물로도 추정되기도 했다. 황박사는 연구를 통해 연력사본이 797년부터 799년까지 필사된 점이나 《요결문답》에서 인용한 80화엄이 699년 이후 번역된 점을 들어 스님이 699년 이후 799년 사이에 활약했음을 규명했다. 또한 원효 스님이나 의상 스님의 학설보다는 중국 제논사의 설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의상 스님의 제자가 아님을 밝혀냈다. 황 박사에 따르면 표원 스님은 어느 학파나 종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모든 화엄의 교리를 융합하여 객관화한 화엄학자였다.

황 박사는 또 《요결문답》이 늠법사(　法師)의 저술 《법경론》일부와원효 스님의 보법의(普法義)에 관한 내용이 거의 원형 그대로 간직한 현존유일본임을 밝혀냈으며, 스님이 일본에서 화엄논사로 추앙되는 등 일본 화엄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함께 규명하기도 했다.

△표원의 행적과 저술 △표원이 본 화엄제가 △요결문답의 구성과 분석△요결문답의 사상적 특징 등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96학년도 동국대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것을 수정 ·보완해 출판한 것이다.
〈황규찬 지음, 민족사 펴냄, 20,000원〉

이창윤 기자

광고문의

개의 댓글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상단영역

본문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