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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종단과 달라이라마

기자명 이학종
연내 방한은 물 건너 갔지만, 내년 달라이라마 방한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방한운동 추진이 시작됐던 지난 3월 31일부터 현재까지의 불교계, 특히 주요 종단들의 미온적 움직임에 대해 한 두 마디 지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고, 천태, 진각종 등 주요 종단들의 추진운동 참여가 지극히 미미했던 것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조계종은, 비록 전 종단차원에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종회에서 관련 예산도 책정하고, 총무부장이 직간접적 협조를 아끼지 않았으며, 법장 성관 여연 스님 등 소속 중진들이 중심에 서서 고생을 했으니 일정부분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미온적 자세를 보이며 눈치를 보았던 나머지 종단들이지요.

이들 종단들은 달라이라마 방한 운동이 추진되는 동안 한 번도 적극적인 동참의지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외려 다른 종교의 원로급 지도자들조차 궂은 날씨를 마다 않고 거리에 나와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정부에 방한 허가 촉구를 하고 있는데, 정작 불교종단들이 강 건너 불 쳐다보듯 했으니, 이게 도무지 말이 되는 경우이겠습니까.

태고종은 무슨 이유인지 줄곧 이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종단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이 운동을 외면했으니 따끔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천태종은 중국 천태종과의 교류에 차질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것이 불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각종 역시 대북 불교교류에 종단의 역량을 치중하던 차에 자칫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구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열 번 백 번 반성을 해도 부족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종단의 대표가 드러내놓고 동참하기 어렵다면 산하 단체나 신도조직을 참여시키는 노력이라도 해야하는 게 순리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이들 종단들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유보한 채 불교계가 우리 정부의 사대적 외교, 굴욕적 외교를 비난하고 탓하는 것은 떳떳할 수 없지요. 불교계 주요 종단들조차 중국이나 중국불교계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린 것이 엄연한 사실인데, 어떻게 정부를 당당하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다 알다시피 불교계 중심의 달라이라마 방한추진 운동에 지난 9월 19일 방한준비위 창립대회부터 개신교의 강원룡 목사와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지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분들의 적극적 동참에 힘입어 이 운동은 불교계의 범주를 벗어나 범종교, 범국민적 추진기구로 확대될 수 있었지요. 이후 방한추진 운동에 무섭게 가속도가 붙은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추진 열기가 일반의 예상을 넘을 정도로 뜨거워지자 우리 정부도 한 순간 방한허용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등 갈팡질팡하기도 했구요. 어쩌면 불교계 주요종단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더라면 방한이 성사됐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의 불교 종단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과 세계인류 앞에 떳떳해질 수 있는 길은, 올해의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달라이라마 방한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입니다. 문화주권을 지키는 일, 이것은 1700년 동안 우리문화를 일궈온 불교계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자 업보가 아니겠습니까.


편집부장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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