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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과 악 갈림길서 주저할 땐

기자명 이미령

관세음보살 염하며 의지하라

혹은 삼천대천국토에 가득한 야차와 나찰들이 와서 사람들을 괴롭히려 하더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만 부르면 여러 악귀가 악한 눈으로 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어찌 해칠 수 있겠느냐.


악귀의 난에 대한 설명입니다.

삼천대천국토에 가득 찼다는 말은 온 세상에 송곳 꽂을 틈도 없이 가득 찼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많은 야차와 나찰들이 수시로 찾아와 괴롭히려든다는 말입니다.

야차와 나찰은 결코 기분 좋은 상대가 아닙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야차에 대해서 사람을 잡아먹는 난폭한 귀신이라는 부정적인 설명과 함께 팔부신중의 하나로서 착한 이들을 수호하는 신이라는 긍정적인 내용의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야차와 나찰같은 악귀들은 평소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할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이루려할 때, 자원봉사나 선행을 하다가 왠지 자꾸만 힘들어질 때, 기도가 막 무르익을 때, 수행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바로 이때 악귀들은 ‘귀신같이’ 알고서 우리 주위에 나타납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니 마장(魔障)이니 하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역사상 가장 가혹하고 극렬한 악귀들의 공격을 받은 이는 누구일까요? 뭐니뭐니해도 우리들의 부처님이 아닐까 합니다. 출가를 위해 막 성문을 나선 순간부터 악귀들의 유혹은 시작됩니다.

“이보시오, 태자. 어서 돌아가시오. 7일만 기다리면 온 세상이 당신 손에 들어가오. 그 제왕의 자리를 지금 포기하려는 게요?”

이보다 더 달콤한 유혹이 있을까요? 온 세상이 내 것이 된다지 않습니까? 하지만 싯달타는 대답합니다.

“나는 일만 세계에 이름을 떨칠 부처가 될 것이니 왕위는 필요 없다.”
위엄이 넘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한 싯달타의 대답에 자존심 상한 악귀는 분을 참지 못해 이렇게 경고합니다.

“이제부터 나는 네가 한 찰나라도 탐욕이나 분노,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는 순간 나타나 너를 무릎 꿇리고야 말리라.”

과연 성불하기까지의 6년 세월동안 악귀는 잠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좬숫타니파타좭나 좬니다나카타좭에 보면 악귀들의 공격은 절정에 달합니다. 달랬다가 으름장을 놓았다가 다시 부드럽게 유혹하였다가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제 수하들을 다 불러와 공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끝내 싯달타에게서 틈을 발견하지 못한 악마는 “마치 까마귀가 기름덩이처럼 보이는 바위를 빙빙 돌며 뭔가 맛난 것이 있지나 않을까 탐색하다가 끝내 아무런 소득 없이 날아가듯이, 또 집게를 치켜들고 나선 게가 마을 아이들에게 막대기나 돌덩이로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주 멀리멀리 떠나갔습니다. 나찰과 야차가 환골탈태하여 삼보를 호위하는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스스로의 수행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친 부처님에 비해 우리는 아무 힘도 없습니다.

이제 막 면허를 딴 초보운전자가 폐차 직전인 자동차에 올라탄 격입니다. 초행길인데다 날도 저물어 어둑합니다. 내 ‘마음’이라는 자동차는 지금 선(善)과 악(惡)의 갈림길에, 정(正)과 사(邪)의 기로에 서있는데 방향표시등은 자꾸만 악과 사의 방향으로 깜박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벌써 그 길을 타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이 뭔가에 홀렸는지 악과 사라는 글씨가 선과 정이라고 헛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려 말고 관세음보살을 큰소리로 부르며 의지하십시오. 어느 곳에선가 반드시 U턴할 수 있는 표지를 발견할 것입니다. 나찰과 아귀의 눈홀림을 벗어나 이정표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관세음보살님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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