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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심수행장 (7)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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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왕천의 이틀에 불과한 인간 삶

무엇하느라 닦지 않고 게으른고




〈제 5 과〉

助響巖穴로 爲念佛堂하고 哀鳴鴨鳥로 爲歡心友니라. 拜膝이 如氷이라도 無戀火心하며 餓腸이 如切이라도 無求食念이니라. 忽至百年이어늘 云何不學이며 一生이 幾何관대 不修放逸고.

소리 울리는 바위굴로 염불당을 삼고, 구슬피 우는 기러기 떼로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벗을 삼을지니라. 절하는 무릎이 얼음과 같을지라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며, 굶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하여도 밥을 구하는 생각이 없을지니라. 홀연히 백년에 이르거늘 어찌하여 배우지 아니하며, 일생이 얼마가 되는데 닦지 않고 게으른고.

조향암혈 위염불당(助響巖穴 爲念佛堂)

석굴 생활이나 토굴 생활의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쩡쩡 울리는 바위굴로 염불당을 삼는 그런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모습이 아주 생생하다.

애명압조 위환심우(哀鳴鴨鳥 爲歡心友)

산중에서 밤늦게 정진하는 시간에 짝할 수 있는 도반은 달빛 속에 문득 밤하늘을 가르고 끼룩 끼루룩 하고 울며 날아가는 기러기 새떼이다. 심산유곡에 몸을 내맡기고 수행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배슬여빙 무련화심(拜膝如氷 無戀火心)

무릎이 얼음처럼 차더라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 조사에 의하면, 사람이 인내력에 한계를 느끼는 것은, 육신의 고통이 아니고 마음의 고통이라고 한다. 추위 더위 배고픔 따위의 육체적인 고통은 오히려 견딜 수가 있지만, 마음 속의 미움 성냄 질투 등은 참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엄경의 말씀이 있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여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란 유명한 법문. 작품세계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씀이다.

아장여절 무구식념(我腸如切 無求食念)

단식의 결과로, 실제로 사람이 곡기(穀氣)를 끊고 견딜 수 있는 기간은 20일에서 30일이다. 그러나 헐떡거리는 마음 때문에 돈이 떨어진 행려병사자(行旅病死者)의 경우는 사나흘 정도로 굶어 쓰러져버린다고 한다. 수행자는 극한상황에서 의지로 허약한 육신을 버티어 낼 수가 있다는 뜻.

일생기하 불수방일(一生幾何 不修放逸)

사람이 일생 동안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사왕천의 일주야(一晝夜)가 인간 50년. 그러니 기껏 100년이라고 해도 결국은 사왕천의 이틀 간의 삶에 해당한다. 인간 100년, 사왕천의 이틀 동안에 몸과 마음을 수고롭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루살이 일생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하루살이는 실제로 하루하고 반나절을 산다고 한다. 아무튼 하루 이틀은 아주 짧은 생애임에 틀림이 없다.

하루살이는 아침나절에 시집가고 장가가고 오후에 환갑잔치를 하고 또 석양이 저물면 장례식장에서 아이고아이고 하고 슬피 우는 등 이런 하루살이의 일생을 매미는 숲 속에서 웃는단다. “저것들이 하루 이틀밖에 살지 못하면서 야단들이여! 나는 21일 동안 사는데 말이야!”매미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나무진을 먹고 자라서 매미가 된다. 매미가 사는 기간은 보통 21일간이라고 한다. 7년 준비에 고작 21일이라! 하루살이에 비하면 대단한 세월이다. 그래서 하루살이를 보고 웃는 것이다. “하루살이야, 무엇이 슬프다고 울어?”사천왕은 사람의 일생을 보고 말한다. “이틀 간 사는 주제에 탐진치 삼독심만 가득 채워가는구먼. 이래저래 업만 짓고 말이지.”훌훌 털어 버리고 전력투구(全力投球)해서 사는 길을 원효 스님은 밝힌다.

이 법문을 읽고 잘 생각해볼 일이다. 단 이틀이다. 남은 생애가 겨우 이틀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무슨 긴요한 일을 하다가 갈 것인가? 늘 이렇게 이틀 간의 삶을 밀도(密度) 있게 생각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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