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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이영재 스님(1900~1927)

기자명 이재형

28세 요절 천재 개혁사상가

1927년 10월 12일 입적

“그대의 일찍 가심은 그대의 앞날을 위하여 애통함을 금할 수 없거니와, 황폐한 우리 불교계를 위하여 더욱이 비탄을 억제할 수 없구나. 석원(釋苑)에 가을이 늦어 불일(佛日)이 스러지려할 때 그대조차 입적하니, 등을 이을 자 그 누구며 빛을 돌이킬 자 그 누구냐.”(재일본 조선불교청년회)

범란 이영재(1900~1927) 스님이 스리랑카의 한 사찰에서 운명을 달리했을 때 조선의 불교계는 비탄에 빠졌다. 조선불교중앙교무원은 물론 국내외 조선불교청년회들은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추모법회가 잇따라 개최했으며, 좥불교좦 좥금강저좦 좥조선불교좦 등 불교지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특집 글들이 게재됐다.

범란 스님은 28년의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살다간 비운의 천재였다. 1900년 1월 13일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릴 때부터 그 천재성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도드라졌다. 10세 이전에 소학, 고문진보, 사서 등을 독파하고 문의공립보통학교 시절에는 재학기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는 신동이었다.


월초 스님과 출가 인연

그가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서울·동경 유학의 꿈을 접어야 했었던 무렵에는 이것이 불교와의 인연으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청주 도청에 취직했던 그는 직업의 성격상 속리산 법주사를 자주 찾아야 했고, 이곳에서 남파 스님을 만나 불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던 것이다.

특히 당시 청주 용화사에 주지로 있던 월초 스님과 인연은 그가 출가의 결심을 하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월초 스님은 3·1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비밀 항일단체를 결성해 맹렬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인물로 범란 스님의 이후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이다.

1918년 19세의 나이에 출가한 스님은 메마른 대지가 단비를 빨아들이듯 능엄경, 반야경, 원각경, 기신론 등을 하나하나 공부해 나갔다. 1920년 일본대학 종교과에 입학한 스님은 불교학을 연구하는 한편 재일조선불교청년회의 간사로 일하며 불교청년운동을 주도했다. 또 1921년 6~7월에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에서의 ‘불교순회강연’을 주도하기도 해 일제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조선불교혁신론 주창

스님이 ‘조선불교혁신론’을 주장한 것은 다음해 말인 1922년 11월 24일부터다. 조선일보에 모두 27회 동안 연재된 스님의 ‘조선불교혁신론’은 20대 초반의 젊은 스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정연하다. 특히 본말사제도의 폐해와 타파, 법국의 건설, 포교, 교육, 경전번역, 교재기관급 교보발행, 사회사업 등 각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제시한 스님의 날선 비판력은 오늘날 불교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청년불자의 영원한 스승

1924년 일본대학을 졸업하고 동경제국대학에 진학한 스님은 1925년 스리랑카를 경유한 인도성지순례의 길에 오른다. 그러나 천재의 운명일까. 그토록 가기를 열망했던 부처님의 땅 인도에는 당도하지 못하고 결국 1927년 10월 12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침체한 조선불교가 요구하는 인물은 수백의 학자도 아니고 수천의 예술가도 아니고 오직 1인의 혁명’이라고 외쳤던 스님의 피 끊는 절규는 청년불자들의 영원한 좌우명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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