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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와의 만남 - 김태완 박사(禪철학자-부산대 강사)

  • 인터뷰
  • 입력 2004.08.10 16:00
  • 수정 2022.08.08 22:32
  • 댓글 0

“禪學의 학문적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선학의 지향점은
이론 체계화 아닌
선적 체험 규명
선수행자도 고정틀 깨고
현대적인 언어로
자기 체험 밝혀야

禪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
“선을 배우겠다고 발심한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선어록 연구와 정진을 병행하면서 느낀 것은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선은 수많은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선이 현재 여기에 없는 그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차 마시고 밥 먹고 말하고 생각하면서도 차 마시고 밥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에서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선학(禪學)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서양철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철학의 효용성에 대해 깊이 돌아보게 됐다. 결국 철학은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던 나는 선을 불교의 핵심이며 본질이라고 보았다. 즉 선은 지식이 아니라 지성이며 삶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던 것이다.”

禪은 보통 불립문자, 언어도단, 이심전심의 세계로 표현된다.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물론 선이 언어의 세계는 아니다. 그러나 선을 지도하고 배우고 체득하는 과정에서 언어란 배제할 수 없는 필수적 요소다. 따라서 언어는 극복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깨달음에 이르도록 이끌어주는 도구인 것이다. 특히 조사선(祖師禪)에서 개발한 화두도 결국 언어를 잘 활용해 언어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아직도 일부에서는 선을 학문적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학이 실제 선에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8정도의 첫 번째가 바른 견해인 정견(正見)이다. 이는 선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선의 궁극적인 지향인 깨달음을 향해 나갈 수 있는 안내서이자 나침반인 것이다. 또 역대 조사들의 행적과 가르침을 연구하고 대중화함으로써 수행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생활의 지혜, 참된 삶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선학은 이론적 체계화보다는 체험적 사실을 구명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선학은 실제적인 효과 즉 깨달음에 있는 것이지 이론적 체계화에 있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선학이란 단순한 관념의 유희이거나 비본질적 선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깨달음과 해탈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서 선을 연구하고 선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이 선에 관한 어떠한 연구이든지 간에 그 진실한 본질을 밝혀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선의 학문적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선학은 선의 체험에 도움이 될 것을 목표로 해야하며 적어도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간화선은 불교의 다른 사상에 비해 배타성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 속의 물고기가 바깥 세상을 어찌 알겠는가. 선은 다른 불교 사상들과는 달리 여러 사상을 끌어 들여 보편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의 보편성을 말한다. 기와를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선 공부의 잘못된 방편은 분명 지적 받아야만 한다. 이로 인해 자칫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만이 절대적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때 화두(話頭)가 해설돼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오고 갔다. 이에 대한 의견은.
“화두의 해설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1000년 이전에도 화두에 대한 해설이 이뤄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도 많지 않는가. 화두를 풀어 설명한다고 하여 화두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선에 대한 지식이 촛불의 밝음이라면 깨달음은 태양의 밝음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화두를 해석하고 풀더라도 선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은 언어나 행위에 있어 대단히 파격적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지나치게 옛 것만을 흉내낸다는 비판이 있다.
“그와 관련된 비판을 간혹 듣고는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래 선이란 바로 지금 여기서 생각하고 말하는 행위 속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깨달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때에 따라서 활구가 되기도 사구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한문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현대적인 언어를 사용해 자기 체험을 말해야 한다.”

선학자로서 혹은 선을 공부하는 당사자로써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깨달음이란 한 개인의 내면적 사건이 일어나는 데는 일반적으로 ‘발심-참구-가르침-스승’이라는 요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공부 과정은 교육이 이뤄지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서 선에만 적용되는 유별난 과정은 아니다. 가르치고 배우고 터득하는 일에 선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은 발심 노력만 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종교로서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차이를 둔다면 선 공부는 당사자의 깨닫고자 하는 간절한 결심과 꾸준한 노력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부처님과 조사들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이 무엇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어떤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스승에게서 깨달음을 인가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소위 제3수행법이라는 새 수련법과 관련해 불교적이니 아니니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자 근기에 맞게 정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깨달음에 있어 고정된 틀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에 대한 문제점과 방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일각의 비판처럼 지도방법이나 수행과정에 대한 자체적인 비판이 부족한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을 고루하고 낡은 수행법으로 치부하고 다른 방법으로 손쉽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한국불교의 전통뿐 아니라 역대 깨달은 이들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코스를 정해 놓고 그 길을 따라가면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편협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선학을 연구하면서 지향하는 점이 있다면.
“선이 종(宗)이고 선학은 부(附)이다. 따라서 선학을 연구하는 것은 올바르게 행하기 위한 것이지 선학에 대한 지식만을 추구하려는 것은 아니다. 선학은 깨달음을 위한 충분한 방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지금 선학 연구자로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견성(見性)이라는 선의 체험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견성으로 이끌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선 공부를 바라보는 올바른 견해를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 희망이다.”

김태완 박사는 - 틈만 나면 선…선 대중화도 앞장
김태완(44) 박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은 늦게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27살에 동국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후 영어 강사 등 생활을 하다 다시 91년 부산대 철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밀린다팡하에 나타난 나가세나의 불교관으로 석사학위를, 지난해에는 중국 조사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박사가 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그의 스승인 훈산 박홍영 거사와의 인연에서 비롯된다. 그에게 있어 훈산 거사는 재가불자이지만 유마거사라 불릴만한 선지식이었다. 그를 만나면서부터 선학을 자신의 학문적 지향점으로 설정했으며, 지금까지 10여 년간 훈산 거사로부터 선을 지도 받고 있다.

김 박사가 선학에 뜻을 두면서 이진오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등과 함께 부산대 불전강독회를 결성해 초기불교 경전, 중관-유식 경전은 물론 전등록, 서장, 임제록 등 다양한 선어록를 8년째 연구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강독회 회원들과 함께 선을 학문적으로 규명한 국내 최초의 선학술서라 할 수 있는 백파긍선(1767~1852) 스님의 선문수경(禪門手經)을 처음으로 번역해 오는 8월경에 책으로 묶어 낼 계획이다.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 박사는 부산대, 동의대, 신라대 등에서 동양철학과 불교를 강의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학생들에게 선을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mindfree.hihome.com)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선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김 박사는 “선은 출가한 스님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다부진 마음만 먹으며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 안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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