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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나타난 갓바위 부처님

야구장에 돌부처님이 등장했다. 삼성라이온즈는 4월15일 오승환 선수의 한국 프로야구 최초 300세이브 달성을 기원하며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의 행보가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인 만큼 전무후무한 300세이브 달성에 대한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이에 구단이 1루 내야 잔디석에 오 선수 얼굴과 팔공산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을 합성한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은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영험있는 부처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갓바위가 학사모처럼 보여 입시철만 되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에 300세이브 달성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 선수 얼굴을 합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불교계 일각에서는 신성시되는 부처님을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선수의 얼굴로 부처님 얼굴을 대체하는 것은 비록 사진 조형물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한 불상 훼손이며 부처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폄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다. 더 나아가 불교 자체가 스포츠 경기, 상업적 목적에 원치 않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끌려 들어가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에 반해 스포츠 구장에 부처님 형상이 등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포교방법은 여러 갈래가 있는 만큼 야구팬들에게 부처님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포교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처님을 존경하는 마음 없이 마음대로 각색하고 세속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불교와 부처님이 막연하고 다가서기 어려운 존재로만 여겨져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탈종교화로 인해 종교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오승환 돌부처 조형물은 갓바위 부처님과 불교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새로 새길 수 있는 기회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불교계 내에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는 가운데 결국 삼성 라이온즈는 오 선수 합성 사진을 원래의 부처님 모습으로 교체했다. 구단은 “항의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가벼운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작업 이유를 설명했다. 

김민아 기자

부처님 사진을 합성해 활용했다는 것만으로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버렸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에 대한 존숭의 마음이 있었기에 관련 이벤트가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이번 해프닝은 잘 마무리됐지만 불교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어떤 난관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 ‘돌부처’라는 별명을 지닌 오 선수. 앞으로도 그가 한국야구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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