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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불 막을 검경 조치·차별금지법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4.27 11:06
  • 호수 1583
  • 댓글 0

‘훼불=교회 부흥’ 그릇 인식 
버리라는 건 공허한 메아리
훼불 신고 때부터 철저수사
재범자 엄격히 사법처리 해야

2020년 10월 남양주 수진사 방화범은 “신의 계시로 저질렀다”고 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지난 4월14일 국민참여 재판서 2년6개월 선고를 받았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며 “또 불 지르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개신교인의 훼불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언뜻 기억나는 방화훼불 사건 하나만 들여다보자. 1987년 제주 관음정사와 대각사를 전소시킨 방화범은 탐라교회의 한 신자로 밝혀졌다. 범행동기에 대해 그는 “성서 교리를 실행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계시·교리, 이건 훼불자들의 입을 통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이자 ‘사찰파괴 교회부흥’ 공식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1993.2∼1998.2) 당시 서울 근교의 작은 산사에서는 크고 작은 방화·미수 사건이 유독 많이 발생했다. 법당에 켜진 초를 이용해 방화를 저지른 개신교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가연성 휘발유를 가져와 법당에 뿌려놓고 라이터를 켜 점화한 개신교인도 있었다. 큰 불이 난 경우에는 그나마 사건전모의 일부라도 드러나 개신교에 경종이라도 울렸지만, 작은 화재나 미수로 그친 사건은 유야무야로 끝나기 일쑤였다. 처벌도 거의 없었다. 경찰이 당사자들 대부분을 ‘정신병자’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로서는 분통 터질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김영삼 정부 때 훼불사건이 가장 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스님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개신교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목사 앞에서 무릎 꿇은 이명박 정부 때가 극에 달했다. 일례로 정교분리위배 경우 김영삼 정부 때 13건인 반면 이명박 정부 때는 114건이었다. 종교자유침해, 종교차별, 훼불 사례도 역대 정권 가운데 최고였다.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했던 장로가 대통령이니 ‘안심하고 보란 듯 저지른 것’이라는 인식이 불교계에 팽배했다. 

‘어게인 1907’은 기독교 연례행사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침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열자는 취지로 열리는 행사다. 2006년 부산에서 열린 ‘어게인 1907’에서 보인 그들의 ‘울부짖음’은 한마디로 ‘광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서구에 있는 35개 사찰이 무너지고 40개의 교회가 부흥되게 하소서!”, “금정구에 있는 사찰 94개가 무너지고 113개의 교회가 부흥되게 하소서!” ‘어게인 1907’을 통해 전파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메시지는 무엇으로 보이는가. 이 질문에 답할 사람은 목사와 개신교인이다. 

한때 봉은사가 공개한 개신교들의 ‘사찰 땅 밟기’ 동영상이 사회적 파장을 크게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동영상 속 개신교도들은 도량으로 들어와 삼보를 우상·사탄이라며 ‘사찰 파괴’ 기도까지 올리고 있었다. 땅 밟기 대신 라이터를 들으면 사찰방화와 직결된다.  

개신교계 지도자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진단이야말로 공허한 메아리다. 사회적 파문을 던졌던 훼불 사건 때마다 기독교의 사과 성명이 있었지만 훼불은 줄어들 추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사찰방재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한 2010년까지 매년 100여 건의 사찰화재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부의 사건에 개신교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건 통설이다. 오죽하면 서울지방경찰청에 사찰화재 전담반이 구성되었겠는가. 사과 성명에 앞서 ‘가치 있는 복음’이 무엇인지부터 교육되어야 한다.

훼불 관련 사건을 접한 경찰은 심도 있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수진사 방화범 경우 화재가 나기 2년여 전부터 훼불을 자행해 수차례 신고 된 바 있다. 초기 대응이 엄격히 이뤄졌다면 방화로 인한 전소는 막았을 것이다. 정신병자 취급해 훈방조치하는 안이한 처사도 사라져야 한다. 수진사 방화범을 보라, “다시 또 불 지르겠다”하지 않는가 말이다. 검·경은 개신교인 사찰방화 근절에 특단의 조치들을 강구해야만 한다. 

훼불은 이웃 종교인을 향한 폭력이다. 그것은 독단에서 비롯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려와 상생의 사회를 구현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개신교의 반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인 듯싶어 씁쓸하다.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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