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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정(지담, 67) - 하

기자명 법보

삼업공양 구절 듣고 눈물 흘러
업장소멸 필요성 이해하게 돼
부처님 만나 무상함 엿보기도

지담, 67

참다운 수행이라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각산 스님의 ‘안반수의경’을 듣고나서다. 오랜세월 수행했지만 풀리지 않는 답답한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를 듣는데 용어가 낯설고 생소해 교학에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그후 참선법회에 참석해 지도에 따라 실참했지만 이상하게 숨이 가쁘고 불편했다. 스님은 “잘하려 하지 말고 숨쉬는 것을 알아치리기만 하라”고 말해주셨다. 어느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스님 글을 읽던 중 “마음의 드론 띄우고”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글귀를 생각하며 내 모습을 바라봤다. 그때부터 숨이 편안해졌다. 

참불선원에서 천일기도 기도입재가 지났음에도 동참하고 ‘법화삼매참법’ 책을 받아왔다. 처음으로 책을 펴고 읽는데 삼업공양 중 ‘공덕입은 모든 중생은 다 참된 성품 깨닫고 다 함께 나고 죽음 없는 대 자유의 부처님 지혜 일게 하옵소서’ 구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마 지난 업장소멸의 길이 생각났기 때문일 거다. 스님께서 ‘법화삼매참법’에 대한 강의를 하신 날 참선 중 처음으로 부처님 광명을 보았다. 광명 아래 고개숙이고 있는 어두운 내 업장을 보고 업장소멸의 길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했다. 계속해서 ‘안반선’ ‘간화선’ 강의를 듣고 매달 초하루 시작하는 ‘법화삼매참법’ 기도에도 빠지지 않았다. 집에서도 일주일 또는 20일 단위로 안반선 호흡명상 수행을 이어갔다. 

그러다 한동안 코로나로 집중수행이 없었는데 반갑게도 스님께서 동안거를 열어주셨다. 나는 오로지 안반선만 수행하리라 생각했다. 둘째 날 벽을 보고 앉았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부처님 앞에 정좌하고 있었다. 스님께 이 일에 대해 여쭈니 공부를 이룰 것이라 답해주셨다. 사나흘 후, 양재천 포행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다. 문득 앞을 보니 잠실롯데 빌딩이 너무 보잘것 없어보였다. 성냥갑처럼 한줌에 부서질 것 같았다. 스님께 다시 여쭈니 무척 기뻐하셨다. 외람되지만 무상함을 조금 본 것일까. 코로나가 더욱 심해져 종단에서 모든 집회를 금지해 동안거는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동안거 해제가 얼마 남지 않아 스님께 절에 나와도 되겠느냐고 여쭈더니 그러라 하셨다. 인원은 5명을 넘지 않았다. 죽비 없는 자율정진이라 두시간, 세시간이 지나 오전이 지나갔다. 하체가 조금 불편했지만 다리를 바꾸지도, 일어나지도 않았다. 평소라면 진즉 일어났을 터인데. 끝나니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했다. 첫날부터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때 기도경 중 ‘자비경’과 ‘축복경’을 독송했었는데  능엄주와 같은 법력이 느껴졌다. 일주일 정도 지나 집에 있는데 가까운 절에서 점안식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늦게나마 참석했다. 큰 법당 한쪽에 앉아 늘 하던 예불을 드리고 안반선 호흡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비로자나 부처님이 나타났다. 뒤이어 금빛 부처님도 나타나 두 분이 몸속으로 쑥 들어오셨다. 몸이 따뜻해지고 단전이 단단해지고 어떻게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법화삼매참법’ 구절 중 ‘여법한 경전 중에 말씀하시기를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일체 모든 것에 두루 하시기에 비로자나로 이름하나니 일체의 모든 법이 다 부처님 법이다’ ‘불자로서 마음이 청정하고 부드러우며 총명하여 한량없는 부처님 도량에서 깊고 미묘한 도를 수행하면 여래는 이와 같은 사람에게 수기하노니’가 생각났다. 

동안거 해제 마지막 날, 오전 정진 중 나는 네 분 부모님을 한분 한분 떠올리며 참회했다. 마음은 아리고 슬펐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지은 죄는 있으되 그것은 내가 아니고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죄 여상로 해일능소제 죄무자성 종심기 심약멸시 죄역망 죄망심멸 양구공 시즉명위 진참회’ 

이렇게 나는 동안거를 회향하고 법화삼매참법 기도를 나름대로 완성했다.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사 /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사 /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사 / 붓당 사라낭 갓차미 담망 사라낭 갓차미 상강 사라낭 갓차미 / 은사 스님께 예경 올립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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