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다의 삶과 길

기자명 승한 스님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붓다의 삶과 길을 생각해본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붓다처럼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붓다같이 위대한 삶을 살 수 있는가. 깨달음과 진리만 추구하며 관념적으로 사는 것이 붓다 같은 삶인가, 아니면 ‘낡은 수레바퀴’가 되어서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고 자비를 행하며 실천적으로 사는 것이 붓다 같은 삶인가.

며칠 전, 훈훈한 뉴스 하나가 가슴을 적시고 지나갔다. 5월4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인하대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말기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주인공은 인천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고(故) 정다솜(29) 씨. 대학 졸업 후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다 미국 센디에이고에서 1년 과정의 영어교육전문가 교육을 마치고 귀국해 영어학원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필자는 다솜씨와 그 가족의 종교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비교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다솜씨의 안타까운 젊은 죽음과 나눔 속에서 불교적 삶의 한 단면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코 불교적 삶이었다. 붓다의 이타(利他)였다. 80 노구(老軀)가 되어서도 온몸으로, 끝까지, 헌신적으로 자비의 ‘수레바퀴’를 굴리시던 붓다의 실천적 삶이었다.

불교의 화엄은 관념적 깨달음과 진리의 추구에만 있지 않다. 불교의 화엄은 오히려 붓다의 실천적 삶과 그것을 실천하고 사는 우리들의 사바적 삶에 있다.

성도(成道) 후, 붓다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붓다는 자비와 이타를 바탕으로 한평생 실천적 ‘전사(戰士)’의 삶을 살았다. 당시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던 카스트(caste, 사람의 신분을 네 계급으로 나눈 인도의 사성제제도)를 혁파하고, 인도 사회(인간사회)에 평등과 정의와 자유와 공정을 실현코자 철저한 실천적 삶을 산 사회개혁운동가였다.

붓다는 인간의 오욕[五慾, 재·색·식·수·명((財色食睡名)]을 가장 큰 마군(魔軍)으로 여겼다. 그리고 동체대비의 자비와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법륜(法輪)을 굴려 사회적 약자와 비천하고 가난한 사람, 부정의와 불공정, 불평등과 폭력 등 온갖 ‘마군에 분연히 맞서 이겼다[降魔]’. 그런 붓다 앞에 빈부와 노소·남녀·신분·권력 등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붓다는 빔비사라와 빠세나디 국왕 같은 권력자들과도 잘 어울렸다. 아나타삔디까 같은 부유한 자본가들과도 잘 어울렸고, 위사까·케마·웁빨라완나 같은 귀부인들과도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붓다는 앙굴리말라 같은 살인자와 수니따 같은 청소부, 암바빨리·빠따짜라·순다리 같은 창녀들도 제자로 받아들이고 포용했다. 권력과 재물과 신분의 높낮이가 붓다에겐 어떤 장애도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이 붓다 같은 삶이 되지 못하고, 불교적 삶이 되지 못하는 것은 갈애(욕망) 때문이다. 그래서 우프레티는 설파했다. “갈애(욕망)는, 그것이 이기적 자기중심주의를 전형적으로 나타내고 개인을 자신의 이익, 또는 자신의 주장에 의해 유발되는 행위로 몰아넣는 만큼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형태의 이기주의일지라도 사람을 마라(마군)의 속박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라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필자부터 각성해본다. 나는 과연 붓다의 삶을 잘 살고 있는가. 우리 불교는 이웃과 국가와 국민과 동포와 인류를 위해 과연 붓다의 삶을 잘 실천하고 있는가. 이타와 자비를 잘 실행하고 있는가. 다솜씨의 이타적 죽음을 보면서 필자는, 붓다의 삶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