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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 이어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겠습니다”

드라마 ‘빈센조’ 채신 스님 역  배우 권승우

권요한서 권승우로 개명한 후 채신 스님 역할 제안 받아
월정사서 새벽에 들은 범종·법고 소리 눈물 날만큼 감동
“불교공부 계속…자비 나누는 행복한 부처님오신날 되길”

드라마 ‘빈센조’ 채신 스님 역으로 인사한 배우 권승우씨는 다수의 연극 작품에 이름을 올린 연극계에서는 소문난 실력파 배우다. 그는 법보신문 독자들에게 “더불어 많은 분들과 마음의 선물, 자비를 나누는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채신 스님 역으로 인사한 배우 권승우씨는 다수의 연극 작품에 이름 올린 연극계 소문난 실력파 배우다. 그는 법보신문 독자들에게 “더불어 많은 분들과 마음의 선물, 자비를 나누는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차분한 걸음걸이에 차수한 손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는 모습까지…. 승복마저 입고 있었다면 영락없이 스님이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여간 스님으로 살아왔으니 승가의 습의가 몸에 배인 듯하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채신 스님 역의 배우 권승우씨를 서울 봉은사에서 만났다. 봉은사는 그가 스님 역할을 맡아 목탁과 염불, 의례 등 스님으로서의 기본을 배운 곳이니 어찌 보면 출가사찰인 셈이다.

올해 35살인 그는 2019년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꽃파당’을 통해 처음 드라마 연기를 경험했고, 지난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거쳐 올해 ‘빈센조’로 대중들에게 인사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극단에서 일하다 10여년 전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 다수의 연극 작품에 이름을 올린 연극계에서는 이미 소문난 실력파 배우다.

드라마 빈센조의 채신 스님은 극의 주요 무대인 난약사에서 주지스님을 도우며 생활하는 스님이다. 이따금 뚝방 위를 날아다니던 과거로 인해 거친 표현이 튀어나오지만 그 누구보다도 의협심이 강하고 사람들에게 친절과 자비를 베푼다. 극 중 불심 가득한 연기로 인해 불자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모태신앙의 크리스천이다.

“본명이 ‘권요한’이었어요. 그런데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 않자 어머니가 ‘그럴 거면 이름을 바꾸라’고 해서 지난해 ‘권승우’로 개명했습니다. 34년간 권요한으로 살다 이름을 바꾼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채신 스님 역할을 제안받은 겁니다. 알지 못하는 인연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삭발’ 때문이었다. 배역을 위해 한 번은 해보고 싶었지만 그가 생각했던 삭발은 ‘스님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내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혹여 드라마가 잘못되면 삭발한 모습도 괜찮은 연극 배역을 찾으면 된다’고 마음을 굳혔다. 

“작년 8월부터 아침마다 면도기로 머리카락을 밀었습니다. 처음에는 손도 베이고 머리에 상처가 나기도 했었죠. 이제는 스킬이 생겨 안전하고 완벽하게 해냅니다. 처음 우려와 달리 주변에서 두상이 괜찮다고들 해 걱정도 덜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1년여 만에 다시 머리카락을 기르려 하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빈센조는 최고 14.6%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실제 도심포교당과 스님들을 섭외해 촬영한 듯한 친근함과 자연스러움은 불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는 빈센조의 극본을 맡은 박재범 작가의 자문 요청과 조계종 총무원의 지원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부·실장 회의를 통해 종단 최초로 조계종 스님들의 복장인 장삼과 가사를 지원했고, 배우들이 기본적인 불교의식과 예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월정사 템플스테이를 주선하기도 했다.

“사실 템플스테이가 아니었어요. 코로나19로 지난해 템플스테이가 전면 중단돼 월정사에서 행자님들과 함께 생활했어요. 덕분에 템플스테이 이상의 잊지 못할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도량석하고, 예불을 모시고, 도량을 청소하고, 경전을 읽고, 참선하는 스님의 일상을 고스란히 함께했습니다. 새벽을 여는 범종 소리와 법고 소리는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고, 아침예불의 장엄함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무엇보다 인생 떡국을 오대산에서 만났어요. 단언컨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그 맛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조계종의 지원은 계속됐다. 봉은사를 중심으로 스님들의 특별과외가 진행됐다. ‘보살’ ‘거사’ 등 불교 기본 용어부터 가사와 장삼 수하는 법, 합장, 절, 염불, 목탁 치는 법까지 세세하게 교육했다. 뿐만 아니라 스님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난약사 세트를 찾아 불단 구성부터 연등, 방석, 불전함 등 세세한 부분까지 바로잡아 줬다.

“종교는 다르지만 여행을 가면 꼭 절을 찾는 편입니다. 사찰이 주는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스님들과 만나 이야기할 기회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스님 배역을 맡게 된 인연으로 어른스님들과 차를 마시고, 좋은 말씀을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모든 종교는 하나의 연꽃과 같다. 성현의 말씀을 잘 새겨 실천하라’고 조언해 주셨고,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욕심부리지 말고, 억지로 하려 말며, 물 흐르듯 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봉은사 스님들은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며 차를 내주십니다. 스님들로 인해 고즈넉하고 차분한 불교의 이미지에 친근함과 편안함이 더해졌습니다.”

반면 지난 1년 일상에서의 불편함은 감내해야 할 대상이었다. 삭발염의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금가프라자 장면 대부분을 서울 종로 세운청계상가에서 진행했어요. 촬영시간만큼이나 대기하는 시간도 길었죠. 식사 때면 자연스레 주변의 맛집을 검색해 동료들과 찾곤 했습니다. 그런데 맛집 중 하나가 갈비탕 전문점인 거예요.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주인의 눈빛이 심상치 않더니 ‘냉면 드려요?’하고 먼저 묻는 겁니다. ‘아차’ 했습니다. 승복에 담긴 의미가 새삼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승복을 입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차수를 하고, 합장으로 인사하며, 행동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죠. 불교계의 호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건 낯선 불교용어였다. ‘신의와 믿음은 공덕의 어머니이자 부처로 가는 길이라 하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믿음의 공덕을 쌓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인공 빈센조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면에서의 채신 스님 대사다. 길지 않은 대사가 꼬이면서 거듭해 NG가 나자 머리가 하얘지면서 백지가 됐다. 결국 감독에게 “마구니가 씌였다”는 호통을 들어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목탁을 치며 염불 톤으로 외국인 커플의 프로포즈 축가를 부른 장면을 꼽았다. “‘콩그레츄레이션 유어 웨딩 포에버 돈 파이트 프롬 블랙헤어 투 파뿌리’라는 대본을 받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바로 봉은사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의외로 ‘괜찮다’는 겁니다. 대신 ‘목탁을 치면서 염불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재미있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방송에서 직접 보고는 ‘빵’ 터졌습니다. 많은 언론과 SNS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구요. 마지막 회 엔딩영상에 난약사를 ‘프로포즈 전문 축원사찰’로 소개하는 장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1년여의 스님 역할을 마치고 그는 배우 권승우로 다시 돌아왔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이후 씻을 때도 빼지 않았던 단주도 이제야 그의 팔목에서 벗어나 그의 집 한켠에 배역의 상징으로 고이 모셔놨다. 그렇다고 불교와의 인연마저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봉은사 스님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상월선원 수미산원정대 불교강좌에도 참여를 신청했다.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요.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 주위에 선한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교공부는 앞으로의 연기생활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좋은 인연은 계속해 이어가야죠. 더불어 많은 분들과 마음의 선물, 자비를 나누는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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