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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가톨릭 특사’였나

  • 기자칼럼
  • 입력 2021.05.26 11:16
  • 수정 2021.07.05 16:39
  • 호수 1587
  • 댓글 6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5월22일 윌튼 그레고리 가톨릭 워싱턴교구 대주교를 만나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5월22일 윌튼 그레고리 가톨릭 워싱턴교구 대주교를 만나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월19~23일 미국 순방을 통한 한미정상회담으로 코로나19 백신확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 등 많은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방미기간 중 윌튼 그레고리 가톨릭 워싱턴교구 대주교를 만나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5월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DC 시내의 한 호텔에서 그레고리 대주교와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세례명을 언급하며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 가톨릭신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체 국민의 12~13% 정도”라며 “비율로 보면 가톨릭 국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식인층이 특히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은)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한국사회의 인권이라든지, 독재라든지 아픈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요즘에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적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주도적인 종교”라고도 했다.

대통령 말만 듣고 보면 가톨릭은 지적이고 인권과 복지 통일을 위해 앞장서는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종교이다. 반면 불교와 개신교와 같은 다른 종교는 지적이지도 않고 인권과 복지 통일에는 관심 없는 비주류 종교로 읽혀질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비가톨릭 종교인들이야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만무하겠지만 이 보도를 접한 한국의 일반인들과 외국인들은 한국 종교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분열로 치닫는 국민들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이 공공연히 자신의 종교색을 드러냄으로써 종교 간 위화감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공정이나 원칙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순방을 두고 “가톨릭계에서 보낸 특사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말한 내용도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다. “한국 가톨릭 신자가 전체 국민의 12~13%”라고 말했지만, 2015년 통계청 종교별 인구현황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7.9%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2021년 한국인의 종교’ 설문조사에서도 가톨릭신자 비율은 6%에 그쳤고, 이 설문조사가 시작된 198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 신자 비율이 7%를 넘어선 일도 없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믿는 종교 인구에 대해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자신의 임기동안 1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원력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말 한마디가 천근같아야 할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기본 사실조차 다르게 말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다종교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 개신교인 등은 물론 무종교인까지 아우르는 모든 국민의 대표다. 만약 문 대통령이 7%를 위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퇴임 이후 조용히 하면 될 일이다. 지금은 나머지 93%까지 모든 국민을 바라보고 신중히 행동하길 바란다. 그게 가톨릭을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지 않음에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의 바람이며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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