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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불교용어 검색 ‘원불교대사전’이 점령

  • 교학
  • 입력 2021.05.28 21:20
  • 수정 2021.05.30 14:09
  • 호수 1587
  • 댓글 11

불교용어 검색 시 ‘원불교대사전’ 우선 노출되거나 상단부 배치
대부분 원불교 7대교서서 발췌…원불교식 이해 가능성 농후해
‘금강경’ ‘반야심경’ 등 주요 용어 설명도 원불교 관점으로 해석

국민 상당수가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불교관련 용어를 검색하면 ‘원불교대사전’에 수록된 내용이 우선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와 다른 종교임을 표방하는 원불교의 설명이 우선 제공되면서 자칫 불교용어가 왜곡 이해될 가능성이 농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00년 ‘두산백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시작된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5월28일 기준 465만3155개 표제어가 수록돼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원형 용어사전’(한국콘텐츠진흥원), ‘종교학대사전’(한국사전연구사) 등 공신력있는 사전 외에도 출판사, 공공기관과 제휴를 맺어 국내 최대 규모의 지식백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전 가짓수가 방대하다보니 용어 하나에도 갖가지 해석이 제공된다. 때문에 네이버 지식백과는 제목과 본문을 기준으로 해당 용어와 비슷한 문서를 자동 추출하고 조회수가 많은 표제어 순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 운영시스템으로 불교관련 용어를 검색하면 ‘원불교대사전’의 내용이 우선 노출되고 있었다. 다른 사전과의 조회수 격차도 두드러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조회수는 ‘원불교대사전’이 19만2769회, ‘시공 불교사전’이 1만7589회였다. ‘아상(我相)’은 ‘원불교대사전’ 2만9376회, ‘시공 불교사전’ 9931회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多羅三三菩提)는 ‘원불교대사전’ 4만2667회, ‘시공 불교사전’ 2만5017회였다. ‘사구게(四句偈)’는 ‘원불교대사전’ 3만5565회, ‘시공 불교사전’ 1641회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불교 기본 교리인 제법무아·연기론·십이인연부터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주요 개념과 ‘반야심경’ 핵심 구절까지 무수한 불교용어가 ‘원불교대사전’ 설명으로 우선 제공되고 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수록된 ‘원불교대사전’의 용어는 4434건에 이르며 이는 모두 원불교 7대교서(정전·대종경·불조요경·정산종사법어·성가·원불교교사·교헌)에서 발췌됐다. 7대교서는 원불교의 교리·사상·역사·인물과 교화·교육·자선의 3대 사업기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편찬됐다. ‘정전’은 원불교 전신인 불법연구회를 조직한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 원불교 교리의 강령을 밝힌 원경이며, ‘대종경’은 소태산 박중빈의 언행록이다. ‘불조요경’은 원불교 사상과 관련있는 불경과 조사의 글이, ‘정산종사법어’는 소태산을 이어 두 번째 종법사가 된 정산종사 송규(1900~1962)의 언행록이다. ‘성가’는 원불교의 찬송·축원·전도가, ‘원불교교사’는 원불교 교단 역사를, ‘교헌’은 원불교 교단 운영 방침를 담았다.

문제는 ‘원불교대사전’에 수록된 불교관련 용어의 상당수가 원불교 교단의 중심 인물이 서술한 해석에 비중을 두고 있다보니 부처님 가르침에 바탕을 둔 불교용어가 원불교 교조의 해석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반야심경’의 ‘조견오온개공’을 검색하면 “정산종사는 조견오온개공이라는 조견 법문에서 그 공부의 강령이 다 드러났다할 것이니 조견이란 사량분별이 아닌 자성의 관명으로 반조하는 것이요…”라는 ‘원불교대사전’ 내용이 우선 노출된다. 또 ‘벽암록'에 나오는 당나라 운문 문언(雲門 文偃, 864~949) 선사가 대중에게 제시한 화두 공안, ‘일일시호일’의 경우 역사 서술은 걷어낸 뒤 “날마다 좋은날. 정산종사는 일일시호일이라는 옛 도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일일시생일로 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네이버 지식백과에 ‘원불교대사전’ 내용이 우선 노출되는 것은 원불교가 네이버와 협약을 통해 서비스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원불교신문’에 따르면 원불교는 2014년 8월8일 네이버 지식백과에 ‘원불교대사전’을 탑재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에 앞서 원불교 측은 “사이버 교화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취지에 따라 2013년 11월 네이버 담당부서인 DB실 출판제휴팀과 첫 실무모임을 갖고 검색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원불교 측은 “‘원불교대사전’으로 원불교 언어가 보편화되고 브랜드화되어 탄력을 얻어야한다”면서 온라인 사전 보급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당시 실무를 주관했던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마음공부’를 검색하면 현존 사전 가운데 유일하게 ‘원불교대사전’이 등재돼 있다”면서 “이처럼 우리 언어가 보편화되고 브랜드화돼 교화에 탄력을 얻도록 해야한다. 인기순위가 주간 조회순, 주간 의견 순으로 원불교대사전 검색 항목 뒤에 붙고 있는 만큼 교도들의 이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교계는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불교계에서 발간한 사전류도 적지 않다. 1961년 동국역경원에서 펴낸 운허 스님의 ‘불교사전’이 근현대 불교사전의 효시였다. 이후 1980년대 사전 4종이, 1990년대 11종이, 2000년대 13종이, 2010년대 18종이 발간됐다. 현재까지 출간된 47종 가운데 20종은 절판됐고 27종이 유통되고 있다.

불학연구의 권위자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지관 스님(1932~ 2012)의 원력으로 1982년부터 시작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가산불교대사림’ 편찬도 15만여 항목, 본책 20권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세계 불교학의 연구성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나 현재는 총 22권 중 17권만 출간된 상태다.

이들 사전 가운데 네이버 서비스에 제공되고 있는 것은 ‘시공 불교사전’이 유일하다. 디지털 시대임에도 불교계가 발간한 수많은 사전류들이 아날로그 방식에 머무르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불교계가 사전 디지털 작업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2년 ‘한영 불교사전’을 출간했던 동국대 선학과 교수 서광 스님은 “언어는 살아 움직이고 진화해 사전화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만 불교 대중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개신교가 성경에서 ‘야훼’를 ‘하나님’으로 번역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갔고 미국이 불교 명상관련 용어를 실용적인 단어로 해석해 사회에 빠르게 흡수됐듯 언어의 힘은 강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님은 “일반인은 대부분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불교용어를 접하기에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승택 불교학연구회장도 “불교용어는 시대의 층위에 따라, 문맥에 따라, 학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며 여전히 논의되는 주제가 많다”면서 “하지만 네이버 검색창에 ‘원불교대사전’의 해석만 제공되는 것은 불교를 단편적으로 이해할 위험이 있다. 종단 차원에서라도 공신력 있는 사전을 선별해 온라인 서비스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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