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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주현(등명, 44) - 하

기자명 법보

자만심에 참선 수행 게을러져
새 도반들 만나며 정진 재다짐 
매순간 법문 잊지 않도록 노력

등명, 44
등명, 44

참선과 법문을 마치고 나면 10명 내외로 짜여진 조에서 도반들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선원에 나오지 않는 나머지 날은 제일 조용한 방 안에서 최소 40분 정도를 앉았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시간표에 자율적으로 기록했다. 저녁에 일정이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잠시라도 한 점을 찍고 집중하려 했다. 몸이 너무 안 좋거나 피곤할 때는 방석이 아닌 의자에 앉아서라도 참선하려 했기에 나름 포기하지 않았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시간표를 채워나갔다. 

그래서 몇 달 뒤, 기초반을 수료하던 날에는 무엇이라도 얻은 양 자신만만했다. 첫날 혜거 스님이 말씀한 것처럼 혼자가 아닌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게 생각보다도 더 큰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조장은 선원 5층에 마련된 선방에 시간 날 때마다 나와 참선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혼자 알아서 꾸준히 앉을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큰소리쳤다. 그래서 처음 한두달은 거의 빼놓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참선용 방석에 앉았는데… 어느 순간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앉게 되고… 시간 역시 50분에서 40분으로, 그러다 핑계대며 20분만 앉게 되는 등 게을러지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흔들리는 나 자신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던 두 번째 계기는 2018년부터 동참하게 된 금강선원 청년반이었다. 탄허사상 특강에 이어 혜거 스님이 진행한 일요 오전특강만 꾸준히 듣고 있었다. 스님은 따로 청년들을 위한 시간을 잡을 테니 나이에 상관없이 참석할 수 있는 청년들은 다 모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 말씀에 다시 용기를 냈다. 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대로 ‘원(願)’ 하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그 원을 성취할 길을 같이 걸어갈 도반들이 생긴 것이다.

새로운 도반들과 함께 2019년에 중급 참선반을 수강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고급참선반 수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특히 중급 및 고급참선반 수업의 경우에는 선원 내부의 고정된 자리에 앉아서 참선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양재천 걷기 명상’ ‘탄허 박물관 걷기 명상 시간’ 등 걸으면서도 참선을 경험해 보는 기회도 있고, 오대산 근처에 있는 명상마을에서 열렸던 2박 집중 수련 코스에도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당분간은 코로나 때문에 그때와 같은 단체수련은 어려울 것이다. 

2019년 하반기 집중수련 코스에 참여한 당시를 회상하면, 한번에 45~50분 앉는 것이 아니라 더 길게도, 하루에 한 번이 아닌 아침, 저녁으로도 참선을 해보는 경험은 도반들과 함께해 성공할 수 있었기에 매우 소중한 기억이었다. 인원의 많음과 상관없이 차분히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값진 경험이었다. 또 최근에는 고급참선반에서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보자는 한 도반의 진지한 권유로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명상 아카데미 대강좌 수강’을 시작했다. 이렇게 참선 수행은 수행대로, 공부는 공부대로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 어찌 지금의 상황에, 지금 옆에 있는 도반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몇 년 동안 특강과 법문을 꾸준히 듣다 보니, 작년부터 청년반에서 기초 참선반과 동일한 교재인 ‘좌선의’로 진행하시는 법문을 다시 듣게 됐다. 분명히 예전에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새롭다 느껴지는 내용이 툭툭 튀어나오니 내게는 반성하는 기회였다. 특히 ‘내 몸을 한 자리에 잡아두는 것’만큼이나 ‘눈을 놓치지 않는 것’의 중요성. 몇 번이고 들었던 내용인데도 희미해지기 쉬운지라 가끔 의도적으로 되뇌곤 한다. 심존목상(心存目想). ‘눈 가는 곳에 마음 간다.’ 즉, 마음을 두고 집중해서 단 한 번을 보더라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그 무엇을 쉽게 놓치고 잊고 살겠는가.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직접 행동하여 크던 작던 하나씩 이루어 나감으로써 깨닫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깨달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고 있다. 나와 함께 했었던, 함께 하는, 함께 할 모든 분에게도 그 작은 깨달음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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