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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인 방송 이해와 TV의 몰락

기자명 자현 스님

시장변화 읽지 못한 방송사 백기투항

빠른 유튜브 속도 익숙해지면
기존 방송이 지루해지기 일쑤
유튜브 외면하던 방송사들도
전용프로 제작에 막대한 투자

오늘날에는 유선전화가 없는 집도 많다. 또 유선전화가 옆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일상이다. 어떤 의미에서 유선전화는 기성세대 가구를 상징하는 표지 화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휴대폰 사용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거리에 공중전화가 넘쳐나고 있었다. 지금은 추억으로 사라진 공중전화 카드와 전화 부스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고려청자에서 조선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분청사기가 존재한다면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의 이행과정에는 일명 삐삐로 불린 무선호출기가 있다. 삐삐는 봄바람의 벚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휘날리는 시대의 산물이었다.

방송에서 이런 삐삐와 같은 것이 종편이 아닐까? 종편은 신문의 몰락 속에서 신문사들이 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든 케이블 채널이다. 그런데 종편이 자리를 잡는가 싶던 순간 4G(LTE)가 본격화되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시장을 대체하며 새롭게 대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5G의 상용화라는 환상적인 콜라보가 작동하면서 종편은 차치하고 지상파조차 시청률의 하락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유튜브 잠식 초기에 방송은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했다. 서아시아의 이슬람을 대표하던 호라즘제국의 군주는, 당시 겸손하게 임했던 칭기즈칸의 사신을 우습게 보고 살해한다. 그 결과 7일 동안 120만이 학살당하는 희대의 참변이 발생했다.

방송은 처음에는 뉴스 등을 유튜브에 제공하지 않았다. 유튜브가 실시간까지 가지고 가면 반전 없는 추락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거는 곧 일방적인 백기 투항으로 끝나고 만다. 오늘날 유튜브에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것을 넘어 그것도 파격적인 제목을 달고 서로 앞다투며 올라온다.

또 모든 방송사는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보기를 제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튜브 전용 프로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만들고 있다. 방송사는 불과 몇 년 만에 유튜브의 앞잡이자 시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왜 방송은 유튜브의 상대가 되지 못할까? 유튜브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것을 볼 수 있다. 또 템포가 빠른 효율적인 전달방식이 사용된다. 이에 비해 방송은 백화점과 비슷하다. 복잡한 다양성에 세일을 할 때는 꼭 내가 필요한 물건은 빠진다. 즉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의 빠른 속도에 적응되면 아무래도 방송의 느린 패턴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오늘날은 유튜브를 넘어 더 빠르고 짧은 틱톡이 유행하는 시절이 아닌가? 틱톡과 방송을 대비해보면 왜 방송이 무너지는지는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에 맞추고 방송과 같은 종합편성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한다. 즉 유튜브는 전문적인 1인 방송의 ‘쌩야생’이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찰이나 불교 유튜브를 보면 마치 홈페이지처럼 종편을 지향하는 곳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과자에는 종합선물 세트가 많았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문명의 발전은 보다 치밀한 세분화에 방점이 있지 범범한 종합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1인 방송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방송사 유튜브를 보면 한 프로가 하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1인 방송이라는 집중적 관점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내준다.

또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빠른 템포 역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의 카테고리를 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가 유튜브 안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그저 작은 섬 정도에 불과하다.

칭기즈칸이 유목민의 통합에만 만족했다면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몽골의 대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방식에 유튜브가 맞춰주는 요행을 기대하지 말고 유튜브의 방식으로 유튜브를 이기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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