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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행 ④

기자명 박희택

대비경안(大悲輕安)은 모든 수행 경로에 담겨있어

사마타, 고요 취해 망념 밝히고
삼마발제, 환을 알고 제거 수행
‘원각경’ 25종 수행 살펴보면
자비수행의 중요성 확인 가능

‘원각경’ 위덕자재보살장에 설해진 3종 수행법은 사마타와 삼마발제와 선나이다. 사마타(奢摩他, samatha)는 고요수행[止]이며 적정(寂靜) 수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마발제(三摩鉢提, samāpatti)는 등지(等至) 수행으로 번역되며 등지의 상태가 진전된 경지를 뜻한다. 선나(禪那, dhyāna)는 우리가 선(禪)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서 정(定)과 혜(慧)가 균등한 상태를 일컫는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는 선나 대신 음역에 보다 충실한 타연나(駝演[衍]那)를 사용한다.

정(定)에 상응하는 것이 지(止)이므로 사마타인데, 혜(慧)에 상응하는 관(觀, 통찰수행)인 위파사나가 3종 수행법에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원각경’에서 위파사나에 준하는 것은 곧 삼마발제이다. 이것은 선나에서 사마타와 삼마발제를 통합해서 언급하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선남자여, 만약 모든 보살이 청정한 원각을 깨달아 이 청정한 원각의 마음으로, 환화와 모든 고요한 모습을 취하지 않는다면, 신심이 모두 장애가 됨을 알게 되어 망상의 상대적 경계를 넘어서 전체적으로 아는 무지각명이 모든 장애를 의지하지 않으니, 장애가 된다거나 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경계를 영원히 초월할 수 있느니라.”

이 말씀에서 ‘환화를 취하지 않음’은 삼마발제에만 취착하지 않음을, ‘모든 고요한 모습을 취하지 않음’은 사마타에만 취착하지 않음을 나타낸 것이다. 삼마발제와 사마타를 균등하게 수행함으로써 무지각명의 선나에 오롯이 들게 됨을 밝혔다. 위덕자재보살장에서 사마타는 “고요를 취하여 수행한다면, 모든 망념이 맑아져 알음알이의 번거로운 움직임을 알게 됨”으로, 삼마발제는 “심성과 육근 및 육진이 모두 환화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면, 모든 환을 일으켜서 그것으로 환을 제거함”으로 표현되고 있다. 

말하자면 사마타는 고요를 취하여 망념을 맑히는 취정징념의 수행법이며, 함허득통은 섭산귀정, 산란한 생각을 거두고 고요로 돌아감이라 주해한 바 있다. 삼마발제는 환화인 대상을 통찰하여 그것이 환임을 직관함으로써 대상에 좌우되지 않는 지환제환의 수행법이며, 함허득통은 환지제미(幻智除迷, 환에 대한 지혜로 미혹됨을 제거함)로 주해하였다.

지환제환하고 환지제미하는 삼마발제는 위파사나의 통찰수행[觀]에 다름 아니다. 심성과 육근 및 육진은 우리의 신심으로서 위파사나의 1차적인 대상이며, 우리의 감각기관이 마주하는 대상은 2차적인 대상이다. 이러한 모든 대상은 위파사나 통찰수행의 경계인 처(處)이자 삼바발제의 환(幻)이다. 환(처)이 환임을 직관하여 대상에 휘둘리지 않는 수행이 삼마발제이자 위파사나인 것이다. 위덕자재보살장은 사마타를 통하여 적정경안(寂靜輕安, 고요한 가운데 가볍고 편안한 마음)에, 삼마발제를 통하여 대비경안(大悲輕安, 대비한 가운데 가볍고 편안한 마음)에, 선나를 통하여 적멸경안(寂滅輕安, 적멸한 가운데 가볍고 편안한 마음)에 이른다고 설하고 있다.

삼마발제로 대비경안에 이른다고 한 것이 특별한데, 이것은 대상에 대한 자비심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이 점에서 삼마발제(위파사나)는 자비수행과도 자연스런 친연성을 갖는다. ‘사마타수행-위파사나(삼마발제)수행-자비수행’의 경로나, ‘사마타수행-자비수행-위파사나(삼마발제)수행’의 경로도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원각경’ 변음보살장이 제시하고 있는 수행의 경로 25종은 3종 수행법으로써 조합한 것이므로 자비수행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은 없다. 삼마발제수행과 선나수행 속에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수행의 경로 25종 가운데 사마타수행만을 한 제1번을 제외하고는 삼마발제 내지 선나수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대비경안은 사실상 거의 모든 수행의 경로에서 누락되지 않고 있다고 하겠다. 대비경안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음이다.

3종 수행법은 ‘능엄경’에서도 그대로 제시되고 있다. 불교의 철학적 원리성과 구체적 수행법을 전10권에 걸쳐 생생하게 서술한 이 경전은, 사마타와 삼마제(삼마발제)와 선나의 3종 수행법을 축으로 하고 있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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