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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지혜로 풀어낸 화두, 오늘의 언어로 읽다

  • 불서
  • 입력 2021.06.07 15:31
  • 호수 1588
  • 댓글 0

‘종용록 강설’ / 성본 스님 역주‧강설 / 민족사

‘종용록 강설’
‘종용록 강설’

‘벽암록’보다 100년 늦게 출간된 ‘종용록’은 그 내용이 부드럽고 온화할 뿐 아니라 중국 모든 분야의 문헌을 총망라하고 있어 선가의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간화선을 추구하는 한국불교에서는 간화선 교과서로 불리는 ‘벽암록’에 비해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종용록’이 묵조선의 가르침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간화선을 표방한 한국불교에서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종용록’의 본래 이름은 ‘만송행수평창천동각화상송고종용암록’이다. 북송말 남송초 천동정각(1091∼1157) 선사가 옛 공안 100칙을 엄선해 공안 하나하나마다 읊은 송을 ‘천동백칙송고’라 불렀고, 이 ‘천동백칙송고’에 만송행수(1196∼1246)가 시중(示衆), 착어(着語), 평창(評唱)을 붙여 완성한 것이 ‘종용록’이다. 그래서 책은 각 칙마다 시중, 본칙, 본칙착어, 본칙평창, 송, 송의 착어, 송의 평창 순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종용록’ 탄생에 있어서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다. 칭기즈칸의 행정비서관이었던 야율초재다. 만송 문하에서 3년간 수행하며 인가를 받았던 야율초재는 전장에서도 수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승 만송에게 일곱 차례나 편지를 띄워 ‘천동백칙송고’의 평창을 요청했고, 만송이 이를 받아들여 ‘종용록’이 탄생할 수 있었다.

‘벽암록’과 더불어 중국의 2대 선서로 불리는 이 ‘종용록’을 동국대 교수를 역임한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성본 스님이 전8권으로 펴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하고 끊임없이 수정 보완해 전체 8권으로 ‘종용록’을 펴낸 성본 스님은 “선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조차 어록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기에, 선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었다”고 ‘종용록’ 발간의 배경을 밝혔다.

중국 선종사 연구를 비롯해 조사선의 성립과 사상 형성 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선서를 집필해온 스님은 그동안 ‘종용록’을 세 번에 걸쳐 강의했음도 스스로 책으로 엮기에 완벽하지 않다고 여겼고, 학교에서 퇴직한 이후에야 비로소 집중해서 기존 강설을 새롭게 역주하고 번역하는데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스님은 단순하게 역주하고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요한 내용에 직접 해설을 가미하는 등 후학들이 ‘종용록’을 통해 옛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올곧게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성본 스님이 중국의 2대 선서로 불리는 ‘종용록’을 역주·강설해 전8권의 ‘종용록 강설’로 펴냈다.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성본 스님이 중국의 2대 선서로 불리는 ‘종용록’을 역주·강설해 전8권의 ‘종용록 강설’로 펴냈다.

스님은 각 권마다 600쪽이 넘을 만큼 방대한 분량이어서 교정을 보는 기간만 1년 6개월이 걸린 ‘종용록’이 “삼세제불과 일체고승의 법문을 압축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수행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종용록’ 안에 깃든 가치를 설명하고, “수행을 이끌어줄 선지식이 없다면 화두참구를 함에 있어서 어록은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라며 “출‧재가를 막론하고 선 공부를 하는 수행자들에게 지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용록’이 이처럼 수행의 지남이 될 선서임에도 번역본이 많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벽암록’이 선 이야기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종용록’은 선은 물론이고 제자백가와 중국의 모든 분야에 걸친 문헌을 총망라해서 평창을 붙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와 고사, 민간전설까지 포함한 방대한 내용이어서 함부로 번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오랜 세월 학인들을 지도하며 40년 공부를 갈무리해 펴낸 성본 스님의 ‘종용록 강설’은 인간의 지혜, 불교와 선의 지혜, 그리고 중국 만년의 지혜가 집약돼 오늘의 언어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본 스님이 선어록을 읽는 안목을 열어주고 ‘종용록’의 가치를 새롭게 드날린 강설을 엮어 펴낸 ‘종용록 강설’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어 직접 강설을 들으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전8권 36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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