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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목탁 - 상

기자명 이제열

세상을 깨우고 재우는 대표적 성물

불교의식에 꼭 필요한 신행도구
의식 따라 목탁 치는 법도 다양
물고기 된 방탕한 제자서 유래
물고기처럼 깨어있으라는 의미

불교의 성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목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목탁은 불교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행도구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둔탁한 도구이지만 그 소리는 맑고 상큼하다. 크게 쳐도 시끄러운 느낌이 잘 들지 않고 오래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소리가 멀리 퍼져 많은 이들도 들을 수 있다. 만약 목탁 없이 독경하고 불공을 올린다고 생각해보자. 밋밋하고 건조해 아무래도 신심과 흥이 훨씬 덜 날 것이다. 스님의 구수하고 숙달된 음성과 강약이 잘 조절된 목탁 소리가 어우러지면 없던 신심도 생기고 환희심도 일어난다. 산에 오를 때에 산사에서 목탁 소리가 울리면 일반인들도 마음이 숙연해진다.

목탁 소리는 듣기도 좋지만 직접 쳐보는 것이 더 좋다. 작은 목탁은 “똑똑” 소리가 나고 큰 목탁은 “텅텅” 소리가 난다. 목탁은 치는 방법에 따라 아주 작게 시작해 점점 크게 치는 올림 목탁과 아주 크게 시작해 점점 작게 치는 내림 목탁이 있다. 또 일정한 틈을 두고 지속적으로 똑같은 크기로 치는 일자 목탁이 있다. 사찰에서 새벽 도량석을 돌 때 목탁은 올림 목탁이고, 저녁 도량석 때의 목탁은 내림 목탁이다. 새벽에 갑자기 목탁을 크게 치면 잠들어 있는 생명들이 놀라기에 작게 쳐서 점차 크게 울리도록 한다. 이에 반해 저녁 목탁은 크게 쳐서 점차 작게 울리도록 한다. 생물들을 쉬게 하는 형식으로 치는 것이다. 독경 시에는 경구 한 자 한 자마다 소리를 내게 하는 일자 목탁을 구사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목탁은 물고기와 연관 되어진 성물이다. 밖에 걸어 놓고 치는 목어가 변해 목탁이 됐다고 전해진다. 목어는 목어고(木魚鼓), 어고(魚鼓), 어판(魚板)이라고도 한다. ‘백장청규’에 따르면 물고기가 항상 눈을 뜨고 있듯 수행자는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세상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목탁은 처음에는 잉어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점차 용머리에 물고기의 몸을 취한 용두어신(龍頭魚身)의 형태로 변화됐다. 목탁은 바로 이 목어의 변용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탁이 유교에서도 언급된다. ‘예기’의 “조정에서 목탁을 치는 것이 천자의 정치다.” ‘서경’의 “명령을 전하는 벼슬아치는 목탁을 지니고 길을 다닌다”고 한 것으로 보아 목탁은 이미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유교에서 말하는 목탁이 어떤 생김새와 유래를 지니는지 모르나 유가에서 말하는 목탁은 주로 정치와 관련한 것이 분명하다. 목탁 외에 요령도 조정이나 국가기관에서 이미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요령은 주로 무사(武事)에 사용되고 목탁은 문사(文事)에 사용됐다고 한다. 유교에서 말하는 요령이나 목탁도 세상을 깨우쳐주고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은 불교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목탁은 불교의 전유물이 됐고 그 유래 또한 불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짐작컨대 유교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는 목탁은 현재 목탁과는 크게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불교의 목탁은 물고기와 연관한 목어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불교 목탁의 유래는 설화의 형식을 띤다. 어느 절에 덕 높은 큰스님이 제자를 두었는데 그 제자가 제멋대로 계율을 어기고 방탕하다가 그만 몹쓸 병으로 요절했다. 세월이 흘러 하루는 큰스님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등에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그 물고기는 다름 아닌, 전생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죽은 제자였다. 그 물고기는 큰스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제가 전생에 지은 죄업으로 등에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의 몸을 받았습니다. 이제 큰스님을 만나 저의 허물을 깊이 참회하오니 부디 저를 천도시켜 주시고 제 등의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모든 이들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깨우쳐 주는 도구로 삼아 주십시오.”

이에 큰스님은 제자의 청대로 물고기 등의 나무를 베어 목어를 만들어 절에 매달아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깨우침의 상징인 목탁은 설화와 실용적인 측면을 넘어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음호에서 목탁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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