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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김완기의 ‘우리 반 선생님’

기자명 신현득

‘엄마’ ‘아빠’라는 말 절로 나올 만큼
선생님의 사랑 느낀 생활소재 동시

교실까지 가방 들어준 선생님
숙제 못해도 쓰다듬은 선생님
선생님은 어머니‧아버지 공감
무거운 스승 은혜 되새기게 해

옛적부터 우리는 선생님을 존경하는 도덕률을 지켜 왔다. 나라의 임금과 스승과 부모를 똑같이 존경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낳아주셨고, 임금님은 나라를 열어서 나를 먹여주셨다. 스승은 나를 가르쳐 바른길로 이끌어주셨으니, 부모님께 효도하고, 임금님께 충성하듯, 스승을 같이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도덕률이다. 이리하여 스승의 날이 국가적 기념일로 정해졌다. 이날을 나라와 겨레의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탄생일로 정한 것은 매우 뜻 있는 일이었다.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 찾아뵙기, 안부 편지 보내기, 모교 방문 등 행사들이 행해진다. 학생들은 빨간색 카네이션을 선생님 가슴에 달아드리며, 선생님께 감사하고 이날 하루 스승을 위로하고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교육기관에서는 우수한 선생님들을 찾아서 그 공적을 치하하고 표창하기도 한다. 

나를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는 높고 크다. 스승의 고마움은 스승의 날 노래가 잘 가르치고 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이시다.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라는 말은 진리다.  인류의 크고 화려한 문화는 위대한 스승에 의해 개발되고 꽃을 피워서 오늘에 이르렀음을 생각해야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서 나라와 인류를 위해 일하는 일꾼이 되는 것이 스승 즉,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다. 선생님 사랑의 명작 동시 한 편을 살피기로 하자.

 

우리 반 선생님 / 김완기

3학년 때 선생님
예쁜 머리 여자 선생님
교문 들어가는 나에게 
“은수야, 책가방 무겁지?” 
얼른 들어주실 적

“엄마-”
하고 입 속에서 튀어나왔지. 

4학년 때 선생님
멋진 양복 남자 선생님 
숙제 못 해 고개 숙인 나에게 
“은수야, 괜찮아, 어디 아팠니?”
머리 쓰다듬어 주실 적

“아빠-”
하고 매달리고 싶었지. 

좋은 동시선집 ‘별밥’(도서출판 고향, 2020)에서.

 

생활 소재의 시다. 이런 시작품은 시의 작자가 어렸을 때 경험한 일일 수도 있고, 화자의 눈으로 본 내용일 수도 있다. 아주 감동이 있는 동심의 시다. 선생님이 고마워서 “엄마!” 하는 말, “아빠!” 하는 말이 나오려  했다. 그 말이 나왔다는 표현에 감동이 모여 있다. 선생님은 곧 어머니요, 곧 아버지라는 독자의 공감을 느끼게 한다.  

3학년 때와 4학년 때 두 선생님을 내용에 담고 있다.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예쁜 머리를 한 여자 선생님이셨다. 교문을 들어서는 나에게 “은수야 책가방 무겁지?”하며, 책가방을 교실까지 들어다주셨다. 아주 어머니 같은 선생님이라서, “엄마!” 하는 말이 나올 뻔했단다. 

4학년 때 선생님은 양복을 잘 차려 입는 남자 선생님이었다. 숙제를 못 해 와서 고개를 숙이고 쩔쩔 매는 나를 야단치지 않으셨다. “은수야 괜찮아. 숙제 못한 걸 보니, 어디가 아팠구나?”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단다. 그 순간 화자 어린이는 선생님을 아버지로 느낀 것이다. “아빠!” 하는 말이 나올 뻔했단다. 두 분이 다 고마운 선생님이셨다. 

스승을 부모님과 같은 자리에 놓고 존경하라는 가르침이나, 군사부일체의 도덕률이 바른 도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참되거라 바르게 가르쳐 주신 선생님은 마음의 어버이신 것이다. 고마운 선생님, 무거운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하자는 시 한 편이다.

시의작자 김완기(金完起)시인은 강릉 출신(1938) 원로 아동문학가로서 ‘어깨동무’지 현상문예에 동화가(1967),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1968)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참 좋은 말’ 외 다수, 동화집 ‘둘만의 약속’ 외 다수 권이 있으며, 한정동아동문학상(1976), 펜문학상(2007) 등을 수상하였고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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