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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형질변경 부담금 면제돼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7.05 13:22
  • 호수 1592
  • 댓글 0

보물·국보급 문화재 품은 공간
대규모 ‘치유 숲’ 가꿔온 건 산사 
국토부, 문화복지·공공성 외면
보전부담금 50% 감면 ‘씁쓸’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 내 사찰들이 증축불사 등을 추진하며 형질 변경할 경우 부과되는 보전부담금은 100%에서 50%로 조정된다. 기존에 비해 절반이 감면된 만큼 해당 사찰들은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종교시설이자 공공시설에 준하는 전통사찰에 대해 보전부담금을 부여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0% 감면이어야 한다. 하나씩 톺아보자.

전통사찰 지정은 문화체육부 장관이 한다.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되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이란 ‘불교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형상을 봉안하고 스님이 수행하며 신도를 교화하기 위한 시설 및 공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적 특색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찰’이거나 ‘한국 고유의 불교, 문화, 예술 및 건축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찰’ 또는 ‘한국 문화의 생성과 변화를 고찰할 때 전형적인 모형이 되는 사찰’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 

‘전사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통사찰이 한국문화의 정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교신앙의 대상으로서의 형상’에는 전각, 불상, 탑, 탱화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것은 모두 신앙의 대상인 성보이다. 삼국·고려·조선시대에 빚어진 성보들은 시대적 특색과 변화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기에 역사·학술·예술적 가치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로도 지정된다. 성보문화재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유서 깊은 사찰은 영산재나 수륙재 등의 무형문화재도 갖고 있다. ‘문화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이 회자되는 시대의 전통사찰은 문화국가 위상을 담보하는 공공성도 함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전통사찰이 가꾸어 온 숲이 국민의 심신건강을 위해 크게 일조해 왔다는 사실이다. 숲이 우울과 불안을 해소시키고 자아존중감과 행복감을 증대시킨다는 학계의 치유효과 연구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병원’ ‘현대문명 병을 치유하는 생명자원’이라는 평가를 온전히 실감할 정도다. 국가를 제외하면 불교보다 더 큰 규모의 숲을 소유하고 있는 단체는 없다. 그 숲을 보호하고 가꿔온 주체가 전통사찰이다. 

하나 더 짚어야 할 건 전통사찰의 역사다. 전국에 퍼져 있는 1000여개 전통사찰의 창건 연대는 삼국시대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른다. 전쟁과 억불로 쇠락한 적은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았던 산사들이다. 법 제정에 앞서 존재했던 산사라는 얘기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건 2000년 1월이다. 이때는 증개축만 추진해도 보전부담금을 꼼짝없이 내야 했다. 2014년 4월 일부 개정돼 건축물에 대한 보전부담금은 면제됐지만 토지 형질 변경에 따른 보전부담금은 그대로 남았다. 개발제한구역 내의 공시지가가 아닌, 해당 지자체 내의 같은 지목에 대한 개별공시지가의 평균을 산정기준으로 잡아 세금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찰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서울 종로에 자리한 금선사는 신도와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를 건립하면서 일주문 옆 토지 9.9㎡(3평)∼14.2㎡(4평)의 형질변경을 추진했는데 종로구청으로부터 30여억원의 보전부담금이 발생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북카페가 들어설 필지 전체를 부과 대상으로 삼은 데다 서울 종로 종교용지의 평균 공시지가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주민들의 생활편익과 복지증진과 연관될 경우는 보전부담금을 면제했다. 형평성에 어긋난 행정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이헌승 위원이 대표발의한 ‘개발제한구역 일부개정안’의 골자도 ‘전통사찰 형질변경 보전부담금 면제’였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통사찰이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의 장시간 논의 끝에 50% 감면으로 처리됐다. 이것은 국민들의 문화복지와 정신함양에 크게 기여해온 전통사찰의 역할과 공공성을 국토부가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50% 감면에도 씁쓸한 건 이 때문이다.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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