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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영숙(원력향, 60) - 상

기자명 법보

30대까지 특별하지 않던 불교
2014년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소임 맡으며 수행자 되길 발원
수행 정진하며 공덕 짓기 다짐

원력향, 60

무수한 인연으로 이어져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나는 어떤 인연으로 불자(佛子)가 되었을까. 지난 기억의 자락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온다. 이 생에 태어나서 잘한 것 중 첫 번째가 불교와의 인연임을 당당하게 밝힌다.
 
어린시절, 관세음보살님은 나의 해결사였다. 조금이라도 어렵고 힘들면 그저 ‘관세음보살’을 염하곤 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할머니의 지극한 불심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불교와 만날 수 있었으니, 할머니의 손녀로 태어난 것에 감사를 드린다. 

사실 불교는 30대까지 그저 그랬다. 어려울 때만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최후의 도피처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40대에 들어 불교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찰의 불교대학에 다니기 시작했다. 불교를 학문적으로 새로이 알아가는 일이 재미있었고 지식이 깊어지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10년을 보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불교를 교학적으로나마 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삶에 두 번째 획을 긋는 변화가 생겼다. 

2014년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가 결성되고 사무국을 개원하며 사무실장 소임을 맡게 됐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제14대 달라이라마를 이땅에 모시고자하는 열망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뜻 맞는 스님들이 재가자들과 함께 2년 정도 해보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5년 세월을 유지하다 2019년 해산했다. 

당시 단체도, 사무실장 소임도, 하는 일도 낯설기 그지없었다. 완전 좌충우돌하면서 ‘익숙한 것은 낯설게, 낯선 것은 익숙하게’라는 표현이 딱 맞는 5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배운 것도 있었다. 달라이라마 존자님 책도 보고 불교박람회에 부스를 만들어 홍보도 했다. 인도 다람살라 남걀사원 법회도 여러차례 참석하며 왜 세계인들이 달라이라마 존자님을 존경하는지 머리로서가 아닌 가슴으로 느꼈다.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말 느꼈다. 너무 감동스러우면 전율이 나지 않던가. 말이 아닌, 느낌으로 공감하는 것을 다람살라에서 온전히 경험했다. 특히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님 가르침 만나고 선지식 만났으니 최고의 행복”이라고 하신 말씀은 절절한 감사함으로 남았다. 방한추진회 생활 자체가 나에게 복되고 참된 공부였다. 그러면서 나의 사고와 태도도 변했다. 그동안의 교학적인 만족을 추구하던 나만의 공부에서 점차로 더불어사는 삶에 눈떴다. 지혜자량과 공덕자량을 키우는 일에 훈습되며 마음도 조금씩 너그러워졌다. 그리고 수행하신 분들의 청정하고 고운 면모를 닮아가고 싶어졌다. ‘수행을 해야겠구나. 어떤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은 고민이 생겼다.

방한추진회 일을 하며 존경할 만한 스님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 한 분이 사무총장이었던 목종 스님이다. 마침 서울에 지금선원을 개원하셨기에 강의를 들으며 선학(禪學)을 공부하고 실참실수를 병행했다. ‘금강경’ ‘임제록’ ‘직지’ 등 조사어록과 경전 강의를 통해 선사들의 깨달음을 접했다. 흥미롭게 공부하면서 아는 듯 모르는 듯, 환희롭다가도 제자리인 듯, 깨달음은 어디쯤에 있는 것인지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재미와 의미가 있으니 애쓰지 않아도 스며들었다. 점차 세상사에 걸림없어 여유로워짐으로 나아가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목종 스님의 선(禪) 강의는 쉽다. 그래서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고 놓쳐버릴 수도 있다. 그냥 아는 얘기 같아서 아는 줄 알고 흘려버릴 수 있다. 아니, 말은 쉬운데 아직 몰라서 사실은 어렵게 느껴져 와닿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들을수록 빠져들고,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들으면 그때서야 ‘아’ 탄성이 나온다. 

한땀 한땀 세월의 무게만큼 조금씩 수행력이 생기면서 그동안 모호하던 것이 명확해지고 불법에 대한 믿음이 깊어져 갔다. ‘내가 전생 공덕이 있어서 이렇게 선지식을 만나 참공부하고 있구나. 이 복이 다하지 않도록 지금 또 최선으로 공덕을 지어야지.’ 늘 염두에 둔다.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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