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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질시하고 분개하는 자들을 교화하다

분노는 결코 분노로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잇따른 출가에
대를 끊었다는 등 각종 비난
세간 비난에 일비일희 않고
묵묵히 사람들 진리로 인도

세상의 다툼은 많은 경우 질투로 인해 일어난다. 질투는 자신이 비교 대상인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거나 평가를 받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정서이다.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나면 원망하는 마음으로 변하고, 상대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도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남하고 비교하지 말 것을 말씀하시고, 질투 또한 주요한 번뇌로서 언급하셨다.

내가 남에게 느끼는 질투가 나와 남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면, 남이 나에게 느끼는 질투는 어떠할까. 내가 질투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을테고, 상대를 처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상대를 원망하거나 상대를 해코지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를 당했을 때, 부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율장’ 대품에는 부처님이 정각을 성취한 뒤의 일들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사리뿟따 존자와 마하목갈라나 존자의 귀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사리뿟따 존자의 이름은 우빠띳사(Upatissa)였고, 목갈라나 존자는 꼴리따(Kolita)로 불렸다. 이 두 분은 본래 산자야(Sañjaya)라고 하는 외도의 제자였다. 산자야는 대표적인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로서 인간의 노력을 통해 최고의 지혜를 성취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 존자가 있었는데, 그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삿지(Assaji)존자로부터 듣고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이 때 같이 출가제자가 된 이들이 250명에 이르렀다. 그러자 사람들 중에는 이에 분개하여 힐책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생겼다. 

[사람들] 수행자 고따마가 아들을 빼앗았다. 수행자 고따마가 남편을 빼앗았다. 수행자 고따마가 혈통을 끊어놓았다. 오늘 그는 천명의 결발행자를 출가시켰고, 이백오십 명의 유행자를 출가시켰다. 마가다국의 이름 있는 훌륭한 가문의 아들들이 수행자 고따마에게서 청정한 삶을 영위한다.

[사람들] 위대한 수행자가 마가다국의 기립밧자에 왔네. 모든 산자야의 추종자를 데리고 갔네. 이제 누가 그에게 넘어갈 것인가?

천 명의 결발행자란 우루웰라의 가섭 삼형제와 그의 제자들을 말한다. 그리고 이백 오십명이란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존자를 따르던 제자들의 숫자이다. 사람들은 이들의 출가를 두고 수행자 고따마가 아들을 남편을 빼앗아갔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가 끊어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평판은 승단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붓다의 말에 넘어갈 것인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문을 보게 되면 ‘청정한 삶’ ‘위대한 수행자’라고 해서 부처님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문맥을 보면 이는 단순한 수사에 불과하고, 실은 강한 적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붓다] 비구들이여, 그 잡음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칠일 갈 것이다. 칠일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을 보고 이와 같이 비난하는 자가 있다면, 그대들은 이러한 시로서 응답하라.

“위대한 영웅인 여래는 바른 진리로써 이끈다. 진리로써 이끄는 현자를 누가 질시할 수 있는가?”

부처님은 분노는 분노로써 대하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누누이 말씀하셨고, 이를 몸소 실천하셨던 분이다. 부처님은 오로지 진리를 설하고, 진리로서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위 경문은 전도선언 당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라고 한 전도의 목적과 정확히 부합하는 내용이다. 세간의 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진리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 사람들을 진리의 세계로 이끄시는 부처님의 모습을, 오늘날 우리 불제자들 또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부처님 말씀처럼 세간의 비난은 7일이 지나자 사라져 버렸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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