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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인터넷에서 증강현실을 찾아보니 인터페이스, 3D 가상공간이 나오고, 이것을 이해하자니 프로토콜, 마커 인식이라는 말이 나오며 다소 과장하자면 무한에 가까운 새로운 용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것을 언제 다 이해하나라는 현애상(懸崖相)이 생긴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의 세대는 실제와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가상공간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공간에 넋을 잃고 말았다. 마치 정토계 경전이나 ‘화엄경’ 등에서 이야기하는 장엄세계가 그대로 펼쳐질 수 있음에 또한 놀랐다. 그곳에서 헤어진 사람들, 친구, 조상, 사별한 남편 혹은 부인 등을 만나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제 불사(不死)의 과학 덕분에 생명의 영속성마저 현실화된다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추구했던 실존철학을 다시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증강현실은 대형 IT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세계에서 현실과 거의 같은 삶이 이루어진다. 이미 인게이지에서는 회의나 이벤트 프로그램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다양한 형태의 법회를 개최할 수 있다. 공간을 초월해 지구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 참여할 수 있다. 다채로운 선방도 개설할 수 있다. 이미 알트스페이스에서는 실시간 명상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선(禪) 지도를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열어갈 수도 있다.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을 재현시켜 부처님들의 설법을 직접 들을 수 있다. 각각의 경전 설주(說主)를 모시고 생생하게 법문을 듣는 것이다.

상상력의 극대화가 펼쳐지고 있다. 실용적인 측면도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상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인터넷, 서버의 창고, 아니면 인간의 뇌인가. 물론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에 기반하고, 이 위에 가상정보가 결합된다. 이미 텔레비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가상 스튜디오, 선거개표방송, 입체형 네비게이션 등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치, 경제, 문화 활동은 기본이며, 향후에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현실과 생체, 즉 몸과 마음이 연계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이러한 가상공간은 몸과 마음이 확장된 것이다. 

불교계는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영성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종교의 틀 안에서 영성과 깨달음을 추구했지만 종교라는 형식이 제거되는 것이다. 교단과 같은 조직, 출가나 재가라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는 사고가 자유롭고 변화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주도할 것이다. 이들은 국경, 인종, 계급 등을 초월한 범세계적인 느슨한 연대감을 추구한다. 불교야말로 종교학적으로 열린 종교, 즉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를 지향한다. 선을 통해 누구든 영성의 자유로움에 접속할 수 있고,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를 통해 모든 계급을 망라하는 민주적인 신앙세계를 추구한다. 이보다 더 미래에 적합한 종교가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일본 불교는 근세 단가제도에 의해 포교할 태세를 잃어버림으로써 7만개의 사찰 중 2만개가 공찰(空刹)이 되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불교 또한 과거의 전통에 안주함으로써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기후환경위기, 지역 갈등이나 분쟁 등의 다양한 지구 문제의 해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급변하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따라잡겠는가. 나아가 이를 분석하고, 인간의 바른 길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이나 있을까. 이러고도 불교계는 종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하나하나의 변화에 적응하여 그 힘을 쌓아왔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모든 사회적 이슈는 물론 지구적 대이변을 파악, 바르게 선도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볼 것 없다. 미래문명을 선도해야 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불교계가 보다 혁신적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영상 원광대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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