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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장흥 보림사 대웅전

기자명 법상 스님

중생제도 위해 사바세계 오신 부처님

‘작법귀감’‘산보집’에 실린 찬불게
‘진묵겁’과 ‘진점겁’은 같은 의미 
부처님은 진리로 이끄는 ‘길잡이’

장흥 보림사 대웅전 / 글씨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1908~1991)
장흥 보림사 대웅전 / 글씨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1908~1991)

塵墨劫前早成佛 爲度衆生現世間
진묵겁전조성불 위도중생현세간 
巍巍德相月輪滿 於三界中作導師
외외덕상월륜만 어삼계중작도사

진묵겁 전에 일찍이 성불하셨건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세간에 출현하셨네./ 높고 높으신 덕상은 둥근 달처럼 원만하시어서/ 삼계 가운데 중생 이끄시는 스승이시네.

이 주련의 내용은 불교의례를 진행할 때 ‘산보집’ ‘작법귀감’에서 찬불게에 해당하는 게송이다. 그런데 ‘작법귀감’ 나한대례에 보면 진묵겁전조성불이라 하지 아니하고 진점겁전조성불로 나와 있다. ‘산보집’에 나오는 진묵겁이 바른 표현일까? ‘작법귀감’에 나오는 진점겁이 바른 표현일까? 

‘진묵겁’은 티끌 먼지가 쌓여서 먹이 될 만큼 오랜 시간을 말함이고 ‘진점겁’은 티끌 같은 먼지가 점점이 모여서 겁을 이룬다는 뜻이므로 결과적으로는 같은 표현이다. 

그러므로 진묵겁 전에 부처님께서 성불하셨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부처님은 사바세계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빌려 사바세계로 오셨기 때문이다. ‘보장신대명만나라의궤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지난 과거인 진묵겁 전에 깊은 신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었다’라는 표현도 같은 의미다. 

‘위도중생현세간’ 구절은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신 목적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그 목적은 바로 중생제도라고 말하고 있음이다. 사바세계를 여기서는 세간이라고 표현했다. 도중생은 도생 또는 도세라 하기도 한다. ‘선가귀감’에는 ‘부처와 조사가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은 큰 자비를 본체로 삼아 중생들을 구하려 함’이라고 하였다. 

외외(巍巍)는 외외(嵬嵬)로도 나타낸다. 높고도 높다 또는 높고도 시원하다는 뜻으로 쓰이며 상대방을 존경해 찬탄하는 용어로 흔히 사용한다. 여기서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덕상은 부처님의 수승한 상호를 말하는 것으로 다르게 나타내면 원만상호를 뜻한다. 밀교에서는 아자수연상(阿字隨緣相)을 가리킨다. 덕상은 삼십이상팔십종호(三十二相八十種好)를 포괄하여 나타낸다. 이러한 덕상은 전체가 모두 참되다고 본다. 왜냐하면 불과(佛果)로써 얻은 몸이기 때문이다. 그 하나하나가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이를 아울러 덕상전진(德相全眞)이라고 하는 것이다. 월륜만(月輪滿)은 둥근 달이기에 부처님의 상호로 보면 덕을 갖춘 원만상호, 진리로 보면 그 어디에도 흠잡을 데 없는 원만한 진리를 말한다.

어(於)는 어조사로써 ‘이러한’으로 쓰여서 부처님은 삼계의 모든 중생을 진리로 이끌어주시는 길잡이라고 말한다. 도사라는 표현은 원래 상인을 이끄는 지도자를 말하기에 ‘이러한’ 뜻이 변해 중생을 인도하고 교화해 불도에 들어가도록 하는 성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좁게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을 말함이고 넓게 보면 모든 불보살을 나타낸다.

‘법화경’ 화성비유품에는 ‘마치 오백 유순이나 되는 험난한 길에 인적마저 끊어진 무서운 곳이 있는데 많은 사람이 이곳을 지나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고자 하였다. 이때 인솔하는 이가 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험한 길의 통하고 막힌 형편을 잘 알아 여러 사람을 데리고 험난한 길을 통과하고 있었다.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중도에서 물러갈 마음이 생겨 인솔하는 사람에게 말하였느니라’라는 표현이 있다. 또 ‘수능엄삼매경’에는 ‘견의여, 비유컨대, 길잡이가 여러 사람을 데리고 험한 길을 통과하고서, 다시 딴 사람을 건져 주는 것과 같이, 이처럼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는 중생들의 도의 뜻을 발한 바를 따라서, 성문의 도이거나 벽지불의 도이거나 불도를 발하거나 간에 편의를 따라서 보여주며,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도탈을 얻게 하고서 곧 또다시 딴 중생을 제도하나니, 그러므로 대사(大士)보살을 길잡이라 이름한다’라고 했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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