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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김미옥(여현, 58) - 상

기자명 법보

입시기도 통해 불자로 거듭나
욕심 직시하고 밤새 눈물흘려
인연따라 참선공부 시작하고
막막했던 수행길 보이기 시작

여현, 58
여현, 58

신심 깊은 불교집안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절에 나간 것도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불자라고 생각했다. 원래 부처라는 말과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수평적 개념이 수직적인 기독교 신앙보다 월등한 진리체계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혼 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당시 나는 특별한 수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문득 마루바닥에 고요히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표현 할 수 없는 내면의 외침을 따라 불교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이러한 인연의 법칙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국 후 돌아와서 절에 나갔으나 일상적인 법회만 왔다갔다 하며 절마당에 발자국만 찍었다. 당연히 마음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식들을 위한 입시기도를 통해 염불, 절, 주력기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불자의 길로 들어섰다. 

탐·진·치에 기인한 욕망의 기도를 지독하게 하다 끝없이 바라는 나의 마음이 모두를 힘들게 하였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는 여러 번 입시에 실패한 딸을 선지식이라 생각한다. 엄마를 기도시키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줬기 때문이다.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해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욕심으로 아이를 몰아세운 나의 어리석음과 탐욕을 직시하고 온밤을 참회의 눈물로 지새웠다. 이후 나는 진정한 수행의 길로 들어갈 마음의 힘을 얻게 되었다.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거대한 인연의 힘으로 내면의 소리를 쫒아 망우동 극락사를 우연히 찾아가 참선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이 공부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세속적인 일이나 모임에 대한 모든 관심이 철저하게 내려지고 오로지 수행과 봉사, 그리고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일에만 온 마음이 모아졌다.

공부를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나의 열정에 비례하여 선지식의 인연 또한 저절로 펼쳐진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불교명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갈 때 우연히 ‘간화선과 초기불교의 통합명상’이라는 문구를 접했고 곧바로 등록했다. 강연자인 각산 스님께 초기불교부터 간화선까지, 수행의 A부터 Z를 점검 받았다.

그 이전의 스승들께 이것저것 들어 머릿속에서 따로 놀던 모든 불교 사상이 하나로 연결됐다. 막막하기만 하던 참선공부의 길도 보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간화선이면 간화선이고 초기불교면 초기불교지, 통합은 무슨 말이냐’고 한다. 그러나 초기불교는 스님들의 전유물처럼 되어있던 참선을 대중화하는 사다리라고 생각한다. 이 사다리를 놓음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명상을 접하게 해주신 각산 스님께 감사드린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얻으신 후, 중생들에게 법을 설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설법을 주저했지만, 세 번에 걸친 범천의 권청으로 쉬운 ‘아함경’을 설하게 되셨다 한다. 이처럼 중생들의 근기에 맞는 차제설법은 부처님께서도 중생들에게 법을 가르쳐주실 때 사용하신 방편이다.

각산 스님의 말씀처럼 화두참선은 중생들이 부처의 성품을 구족하고 있기에 단박에 깨칠 수 있는 수승한 법이다. 그러나 다가가기 쉽지 않아 잘하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화두참선을 한다 해도 자신의 단계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에 한세월 들고만 있기도 한다. 반면 초기불교는 단계의 정의가 명확하고 수행자 스스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가 있다. 그렇기에 공부의 환희심이 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스님은 들뜬 마음을 호흡명상으로 가라앉히는 안반선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는 근기를 조금이나마 갖췄을 때, “손가락이라 말해도 틀리고 말하지 않아도 틀린다. 일러보라”는 화두를 주셨다. 각산 스님은 “안반선은 처음엔 쉬운 듯 하지만 수행할수록 어렵고, 간화선은 내가 원래 부처임을 상근기의 언어로 끌어 올리기 때문에 어려운 듯하지만 이치만 알면 갈수록 쉽다”고 하셨다. 이 대목에서 불교공부가 얼마나 깊은 인연과 바라밀행으로 선연을 거듭 쌓아야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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