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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원주민 아이들 학살과 종교 가치

기자명 승한 스님

종교의 궁극적 가치는 뭘까? 또한 목적은 뭘까? 최근 캐나다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종교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지난 7월1일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 단체인 ‘로어 쿠테네이 밴드’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크랜브룩 근처에 있는 원주민 기숙학교 옛터에서 ‘표식 없는’ 무덤 182기를 찾아냈다. 지면 투과 레이더(GPR)를 통해 탐지해낸 이들 유해는 가톨릭 학교였던 이곳에서 19~20세기 사이에 교육을 받았던 7~15세의 원주민 어린이들 유해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이 운영한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집단무덤이 발견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옛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215명의 어린이 무덤이 발견됐고, 지난달 말엔 무려 751기에 달하는 어린이 무덤이 새스캐처원주에 있던 매리벌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탐지됐다. 캐나다 곳곳의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암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어린이 시신(유해)만 해도 현재 1200구가 넘는다. 

원주민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어린이 집단무덤’이 가톨릭교회가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로부터 위탁 받은 가톨릭교회가 어린이 기숙학교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백인 동화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저지른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청소)’였다는 것이다.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계승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백인과 기독교 문화를 주입’시키기 위해 ‘문화적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18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캐나다 연방정부의 위탁을 받아 139개의 기숙학교를 운영하면서 강제로 수용해 훈육한 원주민 어린이는 이누이트, 인디언, 메티스 족 등 종류도 다양하며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없애는데 주력했고, 육체적, 성(性)적으로 어린이들을 매우 학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어두운 과거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진실화해위원회(TRC)를 설립했다. 그 결과 TRC는 10년 넘게 생존자와 목격자 6750명을 대상으로 1355시간에 이르는 증언을 수집 분석하고, 레이더 탐사작업을 통해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4100명이 영양실조와 질병, 학대 등으로 숨지고, 그 가운데는 3살짜리 어린이도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앞으로 조사를 계속 이어가면 그 수는 최소 3200명에서 1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일로 캐나다는 발칵 뒤집혔다. 심지어 캐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7월1일 (해마다 성대하게 치르던) ‘캐나다의 날’(건국기념일)에 국민과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다행인 것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라고 공식 사과하며,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법정공휴일(9월30일)을 지정했다. 로마 교황청도 올 연말쯤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를 직접 방문, 과거 교회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캐나다의 ‘비극과 충격’을 자세히 살펴본 것은, 어떤 한 종교나 종파, 교파를 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사건을 통해,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의 궁극적 가치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였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 공통적 가치는 인간의 행복추구다. 또한 현실의 문제와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죽음을 넘어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목적 또한 인간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안정과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고, 사회적으론 사회질서 유지와 안정 그리고 도덕적 질서를 지켜주는 정신문화로 작용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상실했을 때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악(惡)이고, 불선(不善)이고 죄(罪)다. 어느 종교도 이런 가치와 목적을 저버려선 안 된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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