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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김미옥(여현, 58) - 하

기자명 법보

수행, 항상 ‘조견오온’ 하는 것
어려움 닥쳐야 가르침 적용돼
분별심 증장되면 고통 찾아와
남은생 수행자로서 살길 발원

여현, 58

오직 바른 스승과의 인연과 선지식의  높은 안목만이 나에게 맞는 공부를 단계별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의 근기로 늘 의심과 회의가 앞서니 여기저기 발만 담그거나 조금 하다 말면 늘 그 자리에 머물러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각산 스님께서도 언제나 강조하셨지만 수행은 늘 ‘조견오온’하는 것이다.  항상 내 몸과 마음을 살펴 반조해 보며 경전을 읽거나 수행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되돌려 써야한다. 

누구나 그러하듯 일상의 곳곳에서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이 절에 가면 이년이 있고 저 절에 가면 저년이 있다’고 말한다. 나의 단점이 고쳐지지 않는 한,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에게서 나쁜 점을 잘 찾아낸다면 그 추한 모습을 내안에 비밀스럽게 담게 된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어두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아는데 오래 걸렸다.

나는 안반선과 화두참선을 통해 내안의 마음을 보았다. 우리 모두는 원래 부처로서 하나인 불성을 갖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것을 쓰며 사는 것이지만 알지 못한다. 나는 나의 마음을 통해 ‘불이’의 뜻을 이해했다. 내가 나의 인식의 잣대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남편의 모습을 한 나, 자식의 모습을 한 나, 친구의 모습을 한 나, 스님의 모습을 한 나, 곳곳에서 매일 매일 남이 아닌 나를 만난다. 결국 남과 나는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백명에게 물으면 백이면 백 대상을 다르게 표현한다. 누군가는 선한 일을 하는 그 사람의 행위가 참으로 위선스럽고 가증스러워 몸서리쳐지게 싫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존경스러워 닮고 싶다고 할 것이다. 일체가 내 마음의 표현이니 이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화두는 드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 하신 각산 스님의 말씀은 언제나 깊은 공명으로 와 닿는다. 나에게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 주어졌을 때가 있었다. 간절한 의문으로 참구하여 내 소리가 들릴 때만이 내가 바뀐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말로 들었지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 그러다 내가 진실로 실천했을 때 ‘아’하고 다가왔다. 법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평상심이 도(道)”라고 하신 선사들의 말씀은 바로 천년을 내려오는 은혜다. 법을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가장 기본적인 생활 속에서 찾으라는 이 말씀은 가장 핵심을 바로 찔러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중생들은 인간의 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우리가 불성을 갖춘 신성한 존재임을 믿지 못한다. 바다는 파도가 온 밤을 미친 듯 날뛰어도 아침이 오면  포근한 햇빛이불을 펴서 잠재운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모든 진리를 보여주는 자연처럼 우리는 불법을 통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됨을 배운다.

장자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꾸다 깨어났을 때, 그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그의 꿈을 꾸는 것인지 실제로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나’를 뚜렷이 세워 분별심을 증장시킬 때 고통은 분명한 형체로 나를 찾아온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잣대를 세우고 있는지 알아차릴 뿐이다.

모든 선사들께서 깨달음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라 하셨으니 ‘오직 모르고 모를 뿐’ 참구하는 것이다. 매우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편안히 마무리하는 삶이 아름답다 생각하며 남은 생 수행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늘 남에게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삶을 힘겹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모든 결과를 인연법에 맡기고자 한다. 지금 이순간 편안하고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살아가길 원한다. 깨어남 또한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만들어지고 형성된 것은 늘 변할 뿐이라 하셨으니 늘 나와 함께하는, 원래 있는 것을 바르게 보게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른법을 만나게 해주신 모든 스승님들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늘 보은하며 살길 바란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며 윤회의 몸을 벗는 날까지 세세생생 불법과 함께하길 기원한다.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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