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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 부산 광명사 주지 춘광 스님

자비로운 말·행동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 만듭니다

‘자살’거꾸로 하면 ‘살자’되듯 한 생각 바꾸면 고통 별일 아냐
우울증 호소하는 이웃에 다가가 소통한다면 자살예방 효과
자비로운 말과 행동으로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는 불자돼야

오늘은 자살 예방, 생명존중, 행복나눔이라는 주제로 특별법회를 마련했습니다. 생명존중과 행복나눔이 이뤄진다면 이 세상은 굉장히 즐거운 곳이 됩니다. 이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대두됩니다.

‘인신난득 불법난봉(人身難得 佛法難逢)’이라는 것처럼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고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서 몸소 실천하는 불자가 됐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로 여겨야 합니다.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고, 모든 우주 법계에 감사해야 합니다. 모든 존재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있기에 모든 존재가 살아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불어 소통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최근 수년간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국가’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통계상 1일 자살자가 27명, 1년간 1만3799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1년에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입니다. 귀중한 자기 생명을 무의식적으로, 어리석은 한순간의 생각으로 버리는 것이 얼마나 자기의 인생에 가치를 두지 않는 모습입니까. 이것이 곧 불행이고 업입니다.

귀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일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정치, 경제계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율을 지키며 살아가는 불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모든 생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중합니다. 생명은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자기 생명도 함부로 해칠 수 없습니다. 부처님 법에는 불자가 지켜야 할 불살생(不殺生) 계율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덕목 하나만 잘 알고 잘 실천해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는 고통이 없을 수 없습니다. 대신 참고 인내하고 원인을 찾아서 풀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은 죽으면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이 생명을 무시하고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에 왔다가 너무 싫다고 포기하는 것은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순간 참지 못하고 너무 괴롭고 답답하다고 해서 이 세상을 그만 살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라 육체만 죽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살생의 업은 그대로 갖고 내생으로 갑니다. ‘이 세상에 없으면 그만이지’라고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다음 세상에도 고통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계가 있고 그 첫 번째로 불살생계가 있습니다. 불살생계는 곧 생명존중 계율인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고통 속에서 살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자기 몸을 버리려고 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주변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만 이 세상에 와서 당당하게 살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이 세상의 생명을 가진 모든 중생과 더불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자살 없는 세상이 될 수 있고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살 예방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염불, 명상, 독경, 주력, 축원하며 정진하는 데 앞장서고 그 가르침으로 주변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청소년, 직장인 등 남녀노소 모두 고통을 호소합니다. 문제 해결보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는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내재 돼 있는 불평과 불만을 다루는 마음의 능력이 작아지고 불평불만을 억제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어른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내면의 자기 성찰이 점점 부족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견디고 인내하는 힘, 즉 인욕심이 점점 부족하고 상대와 자신을 다르게 보며 서로 존중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에 지치고 퇴보되면서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집니다. 이때 우울감을 호소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충동적인 자살심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할 때는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물건을 미리 정리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이번 생을 마감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럴 때 알아차림이 중요합니다.

죽겠다는 마음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바꿔 놓으면 사실 그 고통은 별일이 아닙니다. ‘자살’이란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살자’입니다. 영어로 악마를 뜻하는 ‘devil’을 거꾸로 읽으면 ‘lived’가 됩니다. 이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견디고 이겨내다 보면 벼랑 끝의 고통도 지나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극락은 죽어서 있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 살아서 선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경험하는 세상이 바로 극락입니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우울증 환자가 무척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을 보면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극단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고 소통하고 말동무를 해드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일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혼자 있다 보니 외롭고, 말을 나눌 도반이 없다 보니 극단적인 생각에 빠집니다. 소통하는 이가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한 불자님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우울증으로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가족분들이 이분을 사찰로 모시고 왔습니다. 얘기를 들어주고 상담해드린 뒤 사찰에서 꾸준히 법회에 동참하시도록 권유했습니다. 절에 와서 법회에 나오고 기도하다 보니 어느새 속이 후련해지더라고 합니다. 요즘 뵈면 얼굴색도 환하게 바뀌셨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이처럼 주변에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이 보인다면 기도와 신행을 권해주시기 바랍니다. 등한시하거나 홀로 있도록 두면 절대 안 됩니다.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사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여러 가지 불교 수행을 통해 죽음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안식처, 사찰의 역할은 오늘날 더욱 대중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지구촌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심각합니다. 지구촌 모든 사람이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들여다보면 결국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서 지구촌 생태계가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지구 생명체가 유기적 관계로 이어진 한 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됐습니다. 인간 이외의 생명을 무시한 채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음식을 낭비해 왔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이제부터 자연과 소통하고 생명의 유기성을 인정해야 자연이 살아나고 나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우리 스스로 참회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살리는 일도 불살생의 실천에 포함됩니다.

자연파괴는 나를 파괴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자연존중과 생명존중은 곧 나의 생명존중이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하나가 이 세상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칩니다. 극단적인 행동 하나가 이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파괴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화두가 바로 생명존중입니다. 이것을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매 순간 말과 생각과 행동에 정성을 다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실천한다면 이 지구 환경과 더불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어리석은 한 생각 때문에 세상을 탁하게 만들고 질서를 깬다면 이 세상은 괴로운 세상입니다.

불자님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그런 자비로운 불자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을 잘 풀어가고 이끌어가는데 원력을 갖고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자비심을 발현하여 마음이 안정된 가운데 깨달음을 추구하고 사무량심(四無量心)인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네 가지 마음을 실천해야 합니다. 자비로운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보시와 나눔으로 일상에서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축원합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7월25일 천태종 부산 광명사에서 봉행된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행복나눔 특별법회’에서 주지 춘광 스님이 설한 내용입니다.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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