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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윤정인(청현, 53) - 상

기자명 법보

어린시절부터 친근했던 부처님
믿음 의미에 대해 끝없이 고민
정토법문 가까이 있었음을 자각

청현, 53

어린시절 어머니는 시간이 나실 때마다 양산 통도사 등 고즈넉한 사찰을 주로 다녀오시곤 했다. 친할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항상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자연스레 부처님은 내게 수호자이자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시고 도움을 주시는 분으로 각인됐다.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양산 통도사에 다녀오셨다며 한 권의 책과 붓글씨로 된 서예 1점, 염주 등 몇 가지 불교 용품을 보여주셨다. 어머니는 밝은 표정으로 통도사 가는 길에 우연히 노보살 두 분을 만나 함께 극락암 경봉 스님을 친견했고, 스님께서 책과 직접 쓰신 서예 1점도 선물로 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에게서 경봉 스님으로부터 받은 책을 읽던 중 ‘믿음이 은산철벽과 같아야 한다’라는 구절을 발견했다. 갑자기 시간이 멎는듯한 묘한 적막감이 흐르며 ‘이 말이 무슨 뜻일까’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 이후 수많은 시간 동안 ‘믿음이 은산철벽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묻고 또 물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강력하게 표현한걸까. 견고한 은산철벽은 생각만해도 단단하여 나를 압도했다. 다른 무엇으로도 뚫지 못하는, 철옹성 같은 절대 천하무적의 느낌이었다. ‘믿음’이라는 단순한 두 글자의 형식적인 의미가 아닌 단어속의 깊은 참된 의미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당시 도인이 된 듯한 한 청소년의 끊임없는 내적 탐구심과 일관된 궁금증의 경험은, 지금의 아미타부처님 48대원과 극락정토에 대한 진실하고 깊은 믿음이 마음속 깊이 튼튼하게 뿌리내린 큰 밑바탕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극락정토에 대한 믿음이 실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며, 오랜 전생부터 정토법문이 가까이 있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될 때가 참 많다. 그래서인지 이 기도가 좋고 저 사찰이 좋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변석개 같은 시류에 쉽사리 편승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부족하고, 가난하고, 못 배우고, 어려워도 진흙에 물들지 않는 한 송이 연꽃처럼 살아간다. 극락왕생 염불정토법을 만난 인연을 최고의 복전으로 여기고 사바세계의 재산과 명예와 권력과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 흔들림없이 여여하게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분다리화와 같은 염불행자를 만나고 싶고 그런 염불행자를 키워내고 싶으며 신심과 성실함이 배어있는 염불행자들과 영원히 같이하고 싶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들을 위해 제자들이 묻지 않았음에도 직접 극락정토에 대하여 알려주신 경전이 ‘불설아미타경’이다. 경전에는 육방의 일체제불이 호념하시는 경전이라고 분명히 되어 있고, 아미타부처님께서 광장설상을 내시어 경전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하신 부분도 정확히 기재되어 있다. 이제 ‘불설아미타경’은 나에게 있어 매일 매일 숨을 쉬며 밥을 먹는 것과 똑같이 반드시 독송해야만 하는 당연한 일상 의례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우리 중생들은 사바세계에서 ‘맹구우목(盲龜遇木)’의 비유와 같이 만나기 힘든 기회로 사람의 몸을 갖고 태어났다. 우리는 주위의 친인척 및 친구들, 직장동료들, 기타 지인들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삶의 주인공으로써 여러 가지 손익을 늘 생각하며 씨줄과 날줄의 인드라망을 오고가는 바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과연 세상사의 일들이 정말 자신의 생각과 의지, 결정만으로 진행되고 전개되며 성취되는 것일까. 내가 마음먹고 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일면 희망차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이 말 속에는 사실 ‘일미진중함시방’이라는 유명한 ‘화엄경’의 한 구절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듯하다. 유형의 육체를 가진 유위법의 주체라는 생각의 바탕 위에서는 생로병사를 겪는 육체와 같이 그 어떤 것도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 마음먹은대로 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없고 너와 나, 더 넓게는 우주 전체가 둘이 아닌 하나이며,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무위법의 생각 위에서는 그 어떤 것도 불가능은 없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아미타부처님의 서방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간절히 발원하는 염불행자가 있다면, 그의 애타는 발원은 우주와 하나가 되어 원하는 바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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