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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차별 폐지 노력 기독교계 벽에 또 막혀

  • 사회
  • 입력 2021.08.19 19:34
  • 수정 2021.08.19 20:31
  • 호수 1598
  • 댓글 3

여가위, 8월18일 예정된 가정기본법 논의 취소
동성애 조장·가족 개념 파괴 이유로 거센 반발
지몽 스님 “다양한 가족 형태 다문화시대 필수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해 11월5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범종과 목탁을 울리며 행진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해 11월5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범종과 목탁을 울리며 행진했다.

불교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보호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8월18일 오전 법안소위원회를 열고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물론 8월19일 여가위 전체회의까지 취소됐다. 이 배경에는 국민의힘과 보수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가정기본법 가족 지원 정책을 강화해 건강가정을 구현할 목적으로 2004년 제정됐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정의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 테두리 밖으로 내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법안에는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 받는 조항도 들어있다.

이에 남인순,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내용 추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건강한 가정’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한부모가족 등 결혼 밖의 가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조장한다는 판단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지난해 11월19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수도권 지하철 행동 캠페인에 동참했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지난해 11월19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수도권 지하철 행동 캠페인에 동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가위 위원들은 회의 전날부터 거칠게 항의했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를 개의해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한 강행 처리를 시도하려 한다”며 취재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하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계 역시 법안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가족 개념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강력 반발했다. 심지어 이들은 여가위 소속 의원들에게 많게는 3000통이 넘는 ‘문자 폭탄’을 쏟아내고, 개별 의원실에 조직적인 항의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성 간 결혼금지법이 아직 풀리지 않아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동성 연인끼리는 법의 보호를 받는 가족을 꾸릴 수 없다.

반면 불교계는 대체적으로 가족형태로 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되며 이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써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교에서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고귀하기에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평등사상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불교계가 ‘종교·인종·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 안된다’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무기한 기도회, 오체투지, 불교계 내부 인식 변화, 외부단체와 연대활동 등을 진행하며 법제정의 목적과 취지를 꾸준히 알려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다문화시대에서 특정 이념을 내세워 누군가를 억압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은 여러 형태의 가족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법회 지도법사를 맡았던 (사)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효록 스님도 “시대를 역행하는 법안은 개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기독교계가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문자 폭탄 등의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라며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자신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이해와 배려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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