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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미술에 녹아든 전통문화 DNA를 만나다

  • 문화
  • 입력 2021.08.24 14:51
  • 수정 2021.08.27 14:45
  • 호수 1599
  • 댓글 0

국립현대미술관, 10월10일까지 덕수궁관서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한국의 미’ 해답 찾기위해 문화재 35점·근현대작 130점 한 자리에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 속에 전통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10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 서울 덕수궁관에서 진행하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박물관의 문화재와 미술관의 미술작품을 서로 마주하고 대응시킴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한국 미의 DNA를 찾고자 기획됐다. 국보 및 보물 등 우리 문화재 35점과 이중섭, 백남준, 장욱진, 오윤 등 근현대 미술 130여점, 자료 등 80여점의 전시를 통해 근현대 미술과 문화재의 유기적 관계를 고찰하도록 했다.

오윤 作 ‘마케팅Ⅴ : 지옥도’, 캔버스에 혼합매체, 174×120cm, 1981년, 개인소장.
오윤 作 ‘마케팅Ⅴ : 지옥도’, 캔버스에 혼합매체, 174×120cm, 1981년, 개인소장.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자 근현대 미술가들의 전통 인식에 이정표 역할을 해온 네 가지 키워드, ‘성(聖)’ ‘아(雅)’ ‘속(俗)’ ‘화(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의 가치를 뜻하는 ‘성’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이상주의적 미감이 근대 이후 우리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어떤 형태로 발현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성스러운 종교 미술로서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성’은 고려청자의 완벽한 기형과 색상의 미감과도 상통하며 고려청자의 뛰어난 장식 기법과 도상들은 이중섭의 작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작품들이 파격미뿐 아니라 전통미도 갖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비춰 주는 반사체가 되어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남준 作 ‘반야심경’, 혼합매체, 13(h)×50.6×94cm, 1988년, 개인소장.
백남준 作 ‘반야심경’, 혼합매체, 13(h)×50.6×94cm, 1988년, 개인소장.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는 의미의 ‘아’에서는 해방 이후 화가들이 서구 모더니즘에 대한 반향으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추구하고 국제 미술계와 교류하며 한국미술의 정체성 찾기에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을 실견하고 거기에 동화되어 그려진 겸재의 진경산수화, 생각과 마음을 지적으로 그려 내려 한 추사의 문인화는 ‘아’ 미학 추구의 결과들이다. 또한 순백의 달항아리가 갖는 비완전성·비정형성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문인화와 백자가 만들어 낸 전통론은 1970~1980년대 한국의 단색조 추상 열풍과 백색담론으로 이어졌다.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속’은 서양미술과 조선 및 근현대 주류 미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현주의적이고 강렬한 미감이 추구되던 장식미를 소개한다. 조선 시대 풍속화와 미인도, 민화가 이러한 미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근대 이후 화가들에게 어떤 의미로 내재화되어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대중을 위한 불교를 추구했던 조선시대 불교회화의 정신 및 미감과도 통한다. 조선의 불화는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했는데, 이러한 면모는 1980년대 민중미술로 계승돼 강렬한 채색화가 유행하는 데 기반이 됐다.

장욱진 作 ‘팔상도’, 캔버스에 유체, 35×24.5cm, 1976년, 개인소장.
장욱진 作 ‘팔상도’, 캔버스에 유체, 35×24.5cm, 1976년, 개인소장.

마지막 ‘화’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며 다양한 가치와 미감이 공존하고 역동적으로 변모하던 1990년대 이후 한국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본다. ‘화’는 상호의 차이를 존중하는 조화를 통한 통일에 이름을 뜻한다. 공존할 수 없고, 지향도 다른 것으로 여겨지던 고대의 문화재와 현대의 미술이지만 오히려 서로를 비추고 공존해야 함을 화의 미학이 말하고 있다.

윤범모 관장은 “국보와 보물이 현대미술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보기 드문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펼쳐놓은 다채로운 미감의 한국미술을 감상하며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99호 / 2021년 9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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