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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 없는 명상, 물 없는 물고기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여가 흘렀다. 각 나라는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여러 차례 실시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마스크 사용, 손소독 등 온갖 방역 조치와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쳤고 스트레스, 우울증 등 코로나 블루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가운데 명상이 정신 건강을 위한 대안으로 급격히 떠올랐다. 명상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으며 유튜브, 스마트폰 등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접하기도 쉬워졌다. 대중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널리 퍼진 명상에는 대중을 궁극적인 행복으로 인도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먼저 ‘불교교리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교(敎)가 없는 체험은 물 없는 물고기와 같다. 불교란 무엇인지, 수행의 이유 등 안목을 세우고 세워진 안목을 바탕으로 완전한 믿음이 동반된 발심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반인들이  접하는 다양한 명상법에는 불교교리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아 올바른 안목을 세우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명상 관련 동영상들에는 ‘부자명상’과 같은 집착과 관련된 해시태그, ‘힐링’ ‘수면명상음악’ 등 일시적인 상태에 중점을 둔 해시태그들이 걸려있다. 

명상이 불교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조계종 포교원이 2020년에 발행한 ‘불교5대 수행법 길라집이’에 따르면 명상이란 단어는 서양에서 사용한 ‘Meditation’을 근대에 한자로 번역한 것으로 현재는 불교수행법을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명상의 라틴어 어원을 살펴보면 ‘숙고하다’와 ‘치유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불교명상에도 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그래서인지 종종 혼용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참선이다.

참선은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는 ‘선정’, 지혜를 닦는 ‘정혜쌍수’, ‘무엇이 나인가’와 같은 ‘본래면목’을 탐구한다. 국어사전은 명상을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이라고 설명한다. 명상의 ‘차분한 마음’은 참선의 선정과 닿아 있고 ‘깊이 생각함’은 불교의 지혜로 풀이된다. 그러나 본래면목 탐구가 배제됐으며 ‘마음안정’ ‘스트레스 감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명상의 목적은 참선과 다르다. 명상의 목적으로 거론되는 심리적인 행복, 편안함, 즐거움 등은 참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수행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들일 뿐이며 일시적인 미봉책이다. 참선의 궁극적인 목적인 해탈과 열반에는 이르지 못한다. 

윤태훈 기자

명상의 대중화는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다.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종교적인 색채를 줄여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마음의 힘을 기르게 도와 편안함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중생을 구경열반으로 이끄는 불교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사홍서원 중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첫 번째 서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가 필요하다.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명상’에 올바른 안목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 한때의 행복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다.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그날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명상의 정립이 필요하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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