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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도의 근원이며 공덕의 어머니

기자명 희유 스님

원만한 인간관계 근간은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
믿음은 만물 키우는 토양
신앙도 믿음서 출발해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복지관이 부산합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훨씬 더 시끌벅적하게 명절 행사를 준비하고 봉사활동도 펼쳤겠지만 아직은 코로나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선물만 전달하고 행사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돼 명절 분위기가 반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합동차례도 제한된 인원만 참석을 해야 하니 이래저래 명절이 실감나질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보니 다들 처음 해 보는 온라인 차례가 낯설어 시행 착오와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서로 위로하며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두 해 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각오들입니다. 직원들도 이젠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욱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이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 일은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모자식 간에, 부부간에, 형제자매 간에, 직장동료와 상사 간에 서로 믿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결과도 좋게 나오겠지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관계는 지속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네가 못해서 이 일을 진행할 수가 없어’라고 남을 탓하고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결코 어떤 일도 잘해 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종교의 지도자를 믿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을 믿고 가르침에 의지해 생활하면 신앙생활은 올바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화엄경’엔 ‘믿음은 도의 근원이며 모든 공덕의 어머니’[信爲道元功德母]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선근은 믿음으로부터 성장하고 그 믿음이 바탕이 돼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믿음을 제일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만물을 기르는 근본이 되는 땅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성장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근본인 땅, 즉 토양이 좋아야 합니다. 좋은 토양 위에서 적절한 햇빛과 공기, 물, 바람 등의 조건들이 잘 갖추어지면 식물이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근간이 돼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다면 의심만 생기게 되고 무엇을 해도 늘 불안하고 분노에 사로잡혀 그 일을 성취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함경’에 “이 세상에서 의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근본 요인이며 두 사람 사이를 갈라 놓은 독이며 생명을 해치는 칼날이고 서로의 마음에 고통을 주는 가시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고사하고 매사에 상대방을 의심하면서 살아간다면 그 관계는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의심이 쌓여가면 자연히 분노가 쌓이게 되고 결국은 그 분노의 독은 자신을 해치는 칼날이 되어 서로 고통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일이나 사람이나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전에 무척 인기 있었던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믿고 살아가던 부부가 어느 순간 믿음이 깨지니 가슴엔 분노가 쌓이고 복수를 계획하고 믿음을 저버린 남편을 처절하게 파괴시키려 듭니다. 하지만 결국엔 그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와 자신을 괴롭게 하고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까지 망가뜨리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이 원인이 되었던 것이지요. 결국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이 곧 모든 도의 근원이며 공덕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일테지요. 

희유 스님
희유 스님

혹여라도 지금 가슴속에서 의심의 덩어리를 키우고 계시다면, 지금 당장 그 덩어리를 싹뚝 잘라버리시고 믿음이라는 나무를 키워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만에 하나라도 지금 의심의 씨앗이 있다면 그 씨앗마저도 치워버릴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기도정진하는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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