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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 원인 제공한 정부 더 이상 방관 말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10.25 11:36
  • 호수 1606
  • 댓글 0

‘정청래 통행세·영화관람료’ 
근본해결 모색 안하면 재발

조계종과의 협의체 구성해 
해결 모색에 적극 나서야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매도해 물의를 일으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엔 ‘영화 관람료’ 비유를 들며 억지를 부렸다. “영화관람료는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받아야 한다”며 “극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근처에 있다고 받으면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영화관과 명승도 구분 못하는 국회의원이란 말인가? 자신의 무지로 인해 상처 입은 교계에 사과·참회하기는커녕 “정청래 말이 맞다”는 일부 댓글에 기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정당성만 운운하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안을 한 국회의원의 물의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됐다.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해도 개인이나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권이 제한될 수 있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선조들의 얼이 배인 것들 중에서도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국민들이 좀 더 폭넓게 만끽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에 따른 최소한의 비용 마련을 위해 ‘문화재관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967년 3월 공원법이 제정됐다. 자연풍경지를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과 휴양,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그에 따른 비용 마련을 위해 ‘공원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단체는 예나 지금이나 불교계다. 한국의 단체 중 유무형의 지정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불교계는 국립공원 내 사유지 또한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법이 시행되며 불교계는 문화재관람료를 받았고, 정부는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했다. 이 지점에서 살펴야 할 게 있다. 

‘공원법’을 제정한 정부는 국가 소유의 땅은 물론 막대한 사유지를 공원에 편입시켰다. 적절한 보상은 차치하고라도 사찰과의 긴밀한 협의조차 전무했다. ‘국립(國立)’이라는 명칭을 붙여 ‘사찰 땅’이 ‘나라 땅’이라는 오해마저 불러일으켰다. 현 22개의 국립공원 내의 사찰 소유 토지는 2억7960만m²인데 이것은 7.2%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는 수행환경에는 아랑곳 않은 채 길도 멋대로 뚫었다. 지리산의 ‘지방도로 861호선’이 대표적이다. 무장공비 출몰에 대비한 군사작전도로가 개설(1968∼1972)되고는 군부대가 주둔(1974)했다. 전두환 정권은 88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관광·지역개발 목적(벽소령 관광도로)으로 확장·포장(1985.5∼1987.5)했다. 사람들은 “노고단 대중관광 시대가 열렸다”고 환호하면서도 그 길이 천은사 도량을 관통한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공원입장료 징수가 시작되며 시비가 일기 시작했다. 한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를 받는 건 사실상 ‘이중 과세’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2007년 1월1일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했는데 불교계와 공감 없이 저지른 ‘단독행동’은 또 다른 폐단을 낳았다. “나라가 세운(國立) 공원에 가는 데 왜 사찰이 방해 하느냐?”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립공원입장료를 왜 폐지하는지, 문화재관람료가 남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명료히 알리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불교계와 시민의 갈등을 촉발시킨 건 정부다. 그러나 그 어떤 정부도 작금의 공공갈등을 해결하려 나서지 않고 뒷짐만 지고 방관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이 사안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지만 임기 말의  시점에 이른 지금도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오히려 여당의 국회의원은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이 사안을 엄중히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청래의 통행세·영화 관람료’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이 문제와 직결된 환경부와 문화재청도 심도 있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조계종과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공원 내 전통사찰보존지 권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공동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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