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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전동표(53) - 하

기자명 법보

염불정진 중 목디스크 완화돼
아내 등 가족도 부처님께 귀의
인연 맺어준 친구·도반에 감사

전동표(53)
전동표(53)

세 번째 기회는 아미타부처님을 만난 것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지방을 오고 갈 때면 항상 염불과 대비주를 붙잡고 다니곤 했다. 마음 한켠에는 도반들과 함께 염불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항상 염불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와중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염불철야정진 영상과 후기들이었다. 나에게는 감로수 같은 소식이었고 그 글이 인연이 되어 무량수여래회를 알게 되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여름 더위가 깊은 어느 날 철야정진에 참여했다.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염불한다는 생각에 좋았고 설렜다. 다행히 불자님들은 친절하게 합장인사를 건네주셨고, 다정하게 말씀해 준 덕분에 조금씩 염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경행염불이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경직된 몸을 편안하게 도와주는 경행염불이 참 좋았다.

철야정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고민에 빠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관음정진 기도에 익숙했던 내가 하루아침에 아미타불 염하는 것이 관세음보살님을 배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나중에 다른 도반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다들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철야정진에 동참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아미타부처님에 대한 신심을 확고하게 가지게 된 일이 있었다. 

나는 업무상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아 늘 어깨와 목이 뻐근하고 불편했던 적도 많다. 그날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뒷목에 통증이 오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급하게 학교 보건소를 찾아 약을 먹고 쉬었지만 통증은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누울 수도 일어설 수도 없었다. 병원에 찾아가니 목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통증이 심해 마약성 진통제를 먹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수술도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날 무렵 염불철야정진 날이 다가왔다. 

몸은 불편했지만 도반들과 함께 가기로 약속해 빠질 수 없었다. 그렇게 철야정진 행사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다. 108배를 올리며 저녁기도를 시작했다. 무릎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 인사하는 순간 목과 척추에서 두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해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증은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철야정진 며칠 전에 꿈을 꿨다. 희미한 모습이었지만 누군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내게 주는 꿈이었다. 그 후 철야정진 당일 법당에서 법사님이 내게 경쇠를 주시며 오늘 법회에 이것을 꼭 쳐달라고 부탁하셨다. ‘아 그때 꿈이 이것이었구나.’ 그동안 불편했던 마음이 사라지며 이제는 오롯하게 아미타부처님을 일념으로 의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토행자로서 새롭게 발심하게 된 것이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이라는 말씀이 있다. 걷고 머물고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생활 속에서 염불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일상에서도 염불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습관이 들도록 정해진 시간에 염불하고 있다. 이렇게 생활패턴을 바꾸고부터는 자주 마시던 술도 끊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아내도 나의 모습을 보면서 불법에 귀의해 함께 철야정진을 다니며 염불수행하고 있다. 또한 아내의 포교로 막내 처제와 조카들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외우는 예불문 끝에 “유원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이라는 구절이 있다. “오직 원하옵건대 다함없는 삼보께서는 대자대비로써 저의 정성스런 절을 받아들여 은근히 가피력을 내려주옵소서”라는 의미다. 나는 확실하게 불보살님들께서 가피를 내려주신다고 생각한다. 고단한 삶속에서도 항상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심을 안다.

불자들은 스치는 인연조차도 소중하게 여긴다. 나 역시 철없던 유년시절 부처님과 인연 맺게 해주고 지금까지 가피속에서 살아가도록 인도해준 친구가 항상 감사하다. 그리고 무량수여래회를 알고 정토를 알게 해 준 자항 법사님 등 도반들에도 감사하다. 

인생에서 진정한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부처님이라는 동반자가 있어 나의 삶 곳곳마다 부처님이 함께 하심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맞이한다. 나의 여정이 끝나는 날 부처님 품에 안겨 행복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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