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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동체

기자명 최종환

사람중심계획. 참 설레고 뜨거운 말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두가 존귀한 사람임을 실천의 중심에 둔 이 진정성 넘치는 말은 지금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중요한 지원방법이자 가치이다.

조금 낯설게 들릴수도 있는 단어이지만 1970년대 미국의 탈시설화 정책으로 많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었고 더불어 정상화(normalization)의 원리가 널리 적용되면서 당사자중심의 사람중심계획(Person-Centered Planing)이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PCP와 그에 따른 실천 방법으로 PATH(Planning Alternative Tomorrow with Hope) 등 다양한 도구들이 장애인 당사자 주도에 의한 개별화된 지원방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시간에도 현장의 전문가들이 배움을 가속하고 있다.

사람중심계획은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 장애인을 고치고,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계획이 지속되는 가운데 욕구에 맞게 반응하는 과정으로 개인이 선호하는 삶의 방식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둔다고 한다. 특히 ‘Impotant for’ 와 ‘Impotant to’ 사이의 균형에 집중한다. 간략이 말한다면 질병예방, 건강, 환경, 신체적, 정서적 안전과 같은 ‘당사자를 위해 중요한 것’들과, 스스로 말하고 정의 내린 만족스런 자신의 삶과 같은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들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 지원하는 것이 조력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전문가집단이 개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의사소통방법과 당사자가 주도하는 회의, 최상의 삶의 질 변화에 집중하며 개인의 강점을 중심으로 목표와 행동을 설정하는 것,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제공자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주로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이 방법은 개인의 결점의 보완과 전문가 중심 접근보다는 환경의 조성과 사회통합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PCP 회의 장면은 구성원 자체로도 새롭게 보일 수도 있다. 스스로 알아차리고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 알기 쉬운 그림과 시각화 된 도구들이 놓여있거나, 보호자, 전문가를 넘어서 친한 친구, 동네 이웃, 자주가는 학원 강사가 참석해 있을 수도 있는 등 온 마을이 대상이다. 모두 당사자의 결정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이고 맞춤형 욕구실현을 위해 필요한 지역의 자산이며 함께 공조하는 사람들이다. 참여자는 당사자의 삶에 집중하고 제대로 듣고 물으며 온전히 경청한다

따라서 성공의 관건은 조직적인 대응이며 나아가 지역공동체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게 된다. 마치 잊혀진 과거 같지만 우리네 공동체 안에서는 이웃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장애인이 분리되거나 동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살피고 알아차려주는 관계망이 있었다.

어쩌면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지원하는 사람중심계획, PCP실천은 이 촘촘한 관계망, 인드라망이 근본으로 보인다. 인드라망은 불교에서 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다. ‘인드라’ 라는 넓은 그물의 이음새마다 달려 있는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사는 듯 보이지만 모두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세상의 모습을 말한다. 사람중심계획은 개인의 자기주도적 삶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 동네에서 배제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도록 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바로서게 되는 공동체의 모습 아닐까?

근본적으로 사람중심계획, PCP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와 결과가 모두 질문에서 시작해서 답이 나오는 실천과정이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 문답은 알아차림의 과정이며 공동체의 발현이라 가히 울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 복지실천의 방법이라 하겠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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