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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행복선원 주지 윤광 스님

“플라스틱 사용 줄이고 채식해야 뭇 생명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온난화에 따른 환경파괴는 플라스틱 사용과 지나친 소비가 주범
행복선원, 쓰레기 줍기 행사·친환경 제품 체험 및 구매부스 개설 
백년만에 플라스틱에 의해 환경 파괴…작은 실천이 바꿀 수 있어

기나긴 코로나와 여러 가지 변수로 민생경제가 어렵습니다. 쌀쌀해진 날씨까지 더해져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어려움을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에 초조함과 불안감만 더해지는 분위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이 꿈같고 허깨비같고 물 거품이고 그림자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다, 모든 존재가 찰나에 생멸하는 연기적 존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나라는 존재는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라질 나를 붙잡고 집착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다 놓아 버리고 용서하며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즐겁게 살다 보면, 자연히 불보살의 대자비심을 일으키는 동체대비가 실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은 행복선원의 참 어려웠던 그간의 동정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6년 전 이곳 부산 북구 덕천동에 있던 법당을 인수해 작은 포교원을 열었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설 차례에 쓰일 떡을 주문하기 위해 동네 떡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현금을 주지 않으면 배달을 못 한다는 주인분의 말을 들었습니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 창피했습니다. 근처 과일 가게며 부식 가게 전부 거래를 꺼렸습니다.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전에 하시던 분들이 신용을 너무 많이 잃어서 사찰을 넘어 불교에 대한 인식도 땅에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고민 끝에 사찰명을 행복선원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도심 포교의 방향을 재설정했습니다. 노후로 낡은 건물을 혼자서 페인트칠하고 풀도 뽑았습니다. 전기를 손보다가 네 번이나 감전되는가 하면 장맛비에 양동이를 받쳐 놓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난방 시설이 없어서 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신도도 제법 늘었습니다. 일요법회를 열었고 불교대학을 개설했으며 자비회를 만들어 장애인단체, 복지관에서 봉사했습니다. 봄, 가을 어르신을 위한 만발 공양도 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젊은 장애인 가족에겐 가게도 열어 주었습니다. 

보람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작은 포교원의 재정적인 한계, 시스템의 부재, 스님 한 사람의 역량 부족 등 도심 속 생활불교를 지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숫타니파타’를 읽던 중 ‘일어나 앉아라. 잠을 자서 너희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화살에 맞아 고통을 받는 이에게 잠이 웬 말인가? 일어나 앉아라. 평안을 얻기 위해 일념으로 배워라’라는 구절이 가슴에서 요동쳤고 부처님께 발로참회하며 나한 10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위기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용기와 지혜 그리고 방법이 들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중하며 서로 존중할 것을 설하셨고, 차별을 넘어 존재의 평등과 귀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평온하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새기며 매일 새벽 사찰 앞 골목을 쓸었고 즐겁게 웃으며 기도했습니다. 스님과 불자님은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여야 한다는 소신도 나름 실천했습니다. 

변화는 소리 없이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행복선원을 취재하러 온 교계 언론 기자님이 도량의 분위기가 어렵고 엄숙하기보다는 불자님들께서 잘 웃고 밝고 따뜻하며 친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불자님들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변화에 동참해주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19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큰 해였습니다. 매체에서는 연일 불확실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며 그 위기가 지구촌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때 즈음입니다. 행복선원은 그해 11월2일 한국폴리텍대학 운동장에서 ‘행복 어울림 힐링&클린 2019’라는 타이틀로 도심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개인 컵을 지참하고 사찰에서 연잎밥을 공양했으며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는 친환경 체험 부스에 동참했습니다. 참가비 1만 원은 전액 어려운 이웃들에게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잘 참여할까,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기대를 넘어 500명 이상이 운집했고 나이도 지위도 종교도 차별 없이 오직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이어졌습니다. 대중은 서로에게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문수·보현보살 같은 구도의 멘토이자 멘티가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도량의 미래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지금 행복선원에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체험하며 구매해서 쓸 수 있는 부스가 항상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져 지난해에는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상도 받았습니다. 부산 녹색구매지원센터와도 인연이 되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굿바이 플라스틱 멘토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플라스틱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100년 이상 인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플라스틱은 인간의 재미와 놀이가 만든 비극입니다. ‘당구공’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당구공의 주재료인 코끼리 상아의 대체품으로 1868년 플라스틱 당구공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는 페놀수지가 1907년 개발됩니다. 여러 시대를 거치며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환경이 지켜졌지만, 단 100여년만에 플라스틱이 환경을 파괴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쏟아내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연간 3억톤 이상입니다. 이중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이 1300만톤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생물이 죽어간다고 합니다. 뱃속에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득 차 죽어있는 고래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 5초, 사용 5분, 분해 5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비닐봉지 사용량을 2022년까지 35% 줄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00kg이 넘는다고 합니다. 요즘 음료수병에 라벨지가 사라지고 뚜껑에 각인도 합니다.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자, 그럼 지금 우리 불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일회용 제품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합니다. 실생활에서 에너지를 감축하면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냉난방 온도를 2도만 높이고 2도만 낮추어도 가구당 연간 166.8kg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먹을 만큼만 밥을 해서 전기밥솥의 보온기능 사용을 줄이고 냉장고의 적정 용량을 줄이기만 해도 47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 실천해도 이런데 전 세계가 동참한다면 그 효과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불자님들은 이미 일부를 실천하고 계십니다. 법회에 참석해서 채식으로 점심을 공양하니 알게 모르게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확대해서 초하루부터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음식을 만들고 소비해서 냉장고 정량을 줄이는 것도 에너지 감축의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물과 공기, 꽃과 풀, 자연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존재는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얼마전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에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개개인이 작은 실천이라도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인 사례와 자신만의 쓰레기 줄이는 수단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사찰에서는 신도들의 의식 변화와 환경의 심각성을 꾸준히 알리고 실천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필요합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법회 날 대용량 생필품을 공동 구매해서 개개인 필요한 만큼 개인 용기에 담아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행복선원은 여러 단체와 손잡고 부산 행복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행복한 플로킹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인데 10월 한 달 시행하고 그 기금을 모아서 ‘노란발자국 프로젝트’, 스쿨존 횡단보도에 노란발자국을 새겨 어린이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일에 후원했습니다. 용기 있는 실천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함께하고 나누며 실천하는 삶’은 누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자비와 연기의 생활 실천입니다. 자신을 위한 소비와 소유를 줄여 우리 공동체 모두가 함께 오래 공존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방법입니다. 

이제 행복선원은 또 한 가지 실천에 도전합니다. “사구게 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면 그 공덕은 칠보로 보시한 공덕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라는 ‘금강경’ 무위복승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처럼, ‘금강경’의 지혜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첫걸음, ‘금강경’ 3000번 독송 법회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매일 5독씩 600일 동안 정진을 이어가며 행복의 길을 열겠습니다. 많은 불자님의 동참을 기원하며 오늘 법문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10월24일 부산 행복선원에서 봉행된 ‘불기 2565년 10월 네 번째 행복선원 일요법회’에서 주지 윤광 스님이 ‘행복선원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방향 - 불자들의 친환경 실천과 수행’을 주제로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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