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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예산 화암사 약사전

기자명 법상 스님

중생이 부처만날 때 삼독심 소멸 가능

‘약사여래본원경’ 바탕 지은 게송
약사여래불이 가진 12가지 원은
중생 근기 맞춘 다양한 방편 제시

예산 화암사 약사전 / 글씨 고봉(高峰).
예산 화암사 약사전 / 글씨 고봉(高峰).

十二大願接群機 一片悲心無空缺 
십이대원접군기 일편비심무공결
凡夫顚倒病根深 不遇藥師罪難滅
범부전도병근심 불우약사죄난멸
(열두 가지 대 원력으로 근기에 따라 제접(提接)하여/ 한결같은 자비심은 모자람이 전혀 없고/ 앞뒤 바뀐 범부의 생각은 뿌리 깊은 병이기에/ 약사여래 만남 없이는 죄업을 소멸하기 어려우리.)

수(隋)나라 때 달마급다(達摩笈多)가 한역한 ‘약사여래본원경(藥師如來本願經)’을 바탕으로 지어진 게송이다. ‘약사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신앙이 약사신앙(藥師信仰)이다. 그러나 주련의 첫 문장에서 군(群)을 군(郡)으로 잘못 적은 게 흠이다. 군(郡)은 고을의 행정단위를 말한다.

‘약사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문수보살에게 이르시기를 이 불국토를 지나 동방으로 가면 정유리(淨瑠璃)세계가 있는데 그곳에 계시는 부처님은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이며 이 부처님은 과거세에 보살행을 행할 때 열두 가지 큰 서원을 발원한 보살이라고 하였다. 그 원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32상 80종호로 일체중생이 나와 같이 될 것이다. 둘째, 몸이 유리와 같아져서 안과 밖이 맑고 깨끗하며 광명이 장엄할 것이다. 셋째, 지혜의 방편으로 한 사람이라도 모자람이 없게 할 것이다. 넷째, 타 종교의 가르침을 행하는 자도 대승의 길로 인도하여 편안하도록 할 것이다. 다섯째, 맑은 계율을 갖추어 험한 세계로 떨어짐을 경계할 것이다. 여섯째, 일체 신체 기관이 구족해지고 신분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일곱째, 근심이 없어져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것이다. 여덟째, 여자가 악함으로 괴로울 때 여인의 몸에서 장부의 모습으로 바꾸게 할 것이다. 아홉째, 다른 사람과 논쟁하더라도 바른 견해를 갖게 해서 보살행의 문에 들게 할 것이다. 열 번째, 법률에 얽매여 죽을 지경일 때 일체 고뇌에서 해탈되도록 할 것이다. 열한 번째, 몸을 배부르게 먹인 뒤에 진리의 양식으로 안락하도록 할 것이다. 열두 번째, 입고 살 옷을 주고 갖가지 보물로 장엄하며 모든 중생이 뒤따르게 하여 만족함을 얻게 할 것이다. 이 12가지 큰 서원은 약사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 세존께서 보살도를 행할 때 과거 생에 세우신 것이었다.

접군기(接群機)에서 접은 제접(提接)한다는 뜻이며 군은 무리를 말하므로 중생이고 기는 근기(根機)다. 약사여래불이 12가지 원이 있는 것은 그만큼 중생의 근기가 다양하기에 다양한 방편이 필요한 것이다. 일편(一片)은 일편단심(一片丹心)을 줄인 표현이다. 일편단심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변치 않는 마음을 말한다. 비심(悲心)은 슬픈 마음이니 이는 중생을 향한 불심이며 이를 대자대비라고 한다. 

무공결(無空缺)에서 공은 모자라다는 뜻이다. 결은 이지러지다, 흠결 등을 나타내는데 이를 아울러서 살펴보면 중생을 제접함에 있어서 모자람도 없고 흠결도 없다는 뜻이므로 완벽하다는 표현이다. 이는 약사여래의 능력을 의미한다.

범부(凡夫)는 중생을 말함이다. 아직 도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기에 범부의 마음을 범부심이라고 하며 이는 불심(佛心)과 대칭되는 표현이다. 전도(顚倒)는 위치나 차례가 뒤바뀐 것이니 곧 어리석은 마음이다. 그렇다면 중생은 왜 전도심이 있는가. 번뇌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갖거나 현실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다. 병의 뿌리가 깊다는 것은 곧 전도심이기에 번뇌와 망상으로 얼룩진 마음이어서 중생이 가지고 있는 크나큰 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불우(不遇)는 만나지 못한다면, 이러한 표현이므로 곧이어서 나오는 약사불을 말한다. 곧 약사여래부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하고 예시를 들고 있다. 죄난멸(罪難滅)에서 죄는 죄업(罪業)을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죄업의 근본은 삼독(三毒)이라고 하는 탐진치(貪瞋痴)다. 탐진치가 일어나는 것은 바로 범부심, 전도심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독심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죄업을 멸할 날이 없다. 중생이 부처님을 만나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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