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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니 기도 김윤성(청안, 56) - 상

기자명 법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런 ‘절’
아내 삼천배 이후 108배 시작해
불교교리 배우며 점차 가까워져

청안, 56

내가 절에 다니기 시작한 날이 언제부터였을까. 어렸을 적 불자인 어머니 손을 잡고 근처 절에 다니고, 성인이 되어서 주말에 등산하며 절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하고. 되돌아보면 절이 낮설고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딱 그뿐이었기에 절은 내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느슨한 관계였다. 

그러던 어느날 자연스럽게 절에 가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마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내 평생의 반려자가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는 모습이 일상이 되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순간에 절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학교를 가는 나이됐을 때도 절은 그렇게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항상 그러했듯이.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아내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기도를 하자고 그렇게 권하였지만 나는 항상 심드렁하게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그때는 종교를 가져야 되는 이유도, 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알려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아이가 중학생이 됐을 때 아내가 삼천배기도를 한다며 해인사 백련암에 간다고 했다. 삼천배라는 말에 걱정이 시작됐다. 그리고 아내는 아들과 남편을 위해 삼천배 기도를 하고 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때가 내게 전환점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전부터 어머니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여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아내의 삼천배 이후로 집에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108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 절하며 옆에 ‘그저 그렇게’ 있던 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의 권유로 안암동 개운사에 가기 시작했다. 개운사에서 주지범해 스님을 비롯해 여러 훌륭한 도반님들을 만나 불교를 점점 알아가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도반님들은 모두 불심이 깊어 내가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도반님들과 절에서 기도하는 모든 행동이 서툴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기에 ‘그래. 나도 공부 해보자’며 다짐했다. 이것이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불교기초교리반 수강을 접수하게 된 이유다. 아내는 나를 위해 조계사 기초교리수업을 수강신청해 주고 매주 가도록 응원해줬다. 돌아보면 참으로 아내가 고맙다. 

이렇게 차근차근 불교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을 무렵 조계사 대웅전 옆에서 절을 하고 계시는 어느 남자분의 모습을 보았다. 그분은 그 때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지금까지도 입에 올리기 싫은 세월호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분들을 위해 절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저리 힘들게 기도를 하다니. 처음에는 생소해 보였지만 절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이렇게 불교와 절에 대한 좋은 느낌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걸음걸음 가까워질 때 법문에 대한 갈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다니는 절에서는 사시예불만 할 뿐 법문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법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노원구 정혜선원의 호연 스님이 매주 일요일마다 사시예불과 좋은 법문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전해주신다”며 가 볼 것을 추천했다. 다행히 호연 스님 덕분에 법문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연 스님께서는 몇 가지 가르침을 강조하시며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매일 하라”고 말씀하셨다. ‘다라니기도’라니. 과거 어머니도, 아내도 ‘다라니기도’를 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아무리 외우려 해도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고 입술에 맴돌며 소리나지 않는 다라니였다. 휴대폰에 저장하고 매일 출퇴근하며 읽고 읽고 또 읽어도 다라니는 눈앞에서 읽어야 하는 글자였다. 

그랬던 다라니가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쏙 하고 들어왔다. 계기는 정혜선원의 성지순례였다. 평일 수요일에 가는 성지순례에 회사원인 내가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성지순례에 동참하기 몇 주 전 아내가 넌지시 내게 정혜선원 수요일 성지순례에 함께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래 한번 생각해 볼게” 대답하고 기억속에서 지워진 성지순례 일정. 아내는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답변에 성지순례 동참신청서를 제출했다.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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