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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상속권리 폐지…‘스님 유언장’ 효력 커질 듯

  • 교계
  • 입력 2021.11.12 09:11
  • 수정 2021.11.12 21:45
  • 호수 1609
  • 댓글 4

법무부, 11월9일 민법개정안 입법예고…“유언의 자유 확대”
조계종, 2010년부터 유언장 시행했지만 ‘유류분’에 효과 미미
“형제자매 유류분 폐지로 삼보정재 유출 막는 데 도움”기대

조계종이 스님들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으로 출연하기 위해 ‘유언장’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속가 가족들이 상속권리를 주장할 경우 유언장 효력이 현격히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현행법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럴 경우 스님들의 입적 이후 속가 가족들의 상속권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조계종 유언장 제도의 효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법무부는 11월9일 현행 민법 제1112조에서 규정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기로 하고 이를 입법예고했다. 유류분이란 사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현행법에서는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에 대해서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보장하고 있다. 가령 부모 자식이 없지만, 2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A씨가 재산 6억원을 제3자에게 증여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면, A씨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형제자매에게 법정 상속분(2분의 1, 3억원)의 3분의 1인 1억원씩이 유류분으로 증여된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장남에게만 이뤄지던 ‘장자상속’ 문화가 만연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에게도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나면서 대가족제를 전제로 한 재산 관념이 옅어졌고, 형제자매의 경우도 과거에 비해 유대관계가 약화돼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살아서는 특별한 왕래가 없었던 고인의 형제자매들이 돌연 나타나 상속분을 요구하면서 재산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또한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의사에 반해 재산권 처분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대다수 서구 국가와 일본에서는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도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유언의 자유를 확대하고, 상속문화도 새로운 가족제도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개정취지를 밝혔다.

이 법이 시행되면 조계종 스님들이 분한신고 등 때마다 “입적 시 사유재산을 종단에 모두 출연하겠다”며 작성한 유언장의 효력이 커질 전망이다.

조계종은 2010년 '승려사후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제정해 스님들이 생전에 취득한 개인명의 재산을 입적하거나 환속할 경우 종단에 출현하겠다며 유언장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이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조계종은 2010년 '승려사후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제정해 스님들이 생전에 취득한 개인명의 재산을 입적하거나 환속할 경우 종단에 출현하겠다며 유언장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이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조계종은 2010년 ‘승려사후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제정해 “스님이 생전에 취득한 개인명의의 재산을 입적하거나 환속할 경우 종단에 출연”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사미·사미니계 수계 및 각급 승가고시 응시, 주지 품신, 분한신고 때마다 자필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했다. 출가한 스님들의 사유재산 대부분이 신도 등의 보시금으로 이뤄진 삼보정재라는 점에서 입적 후에는 다시 종단에 출연돼 승려복지기금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조계종이 유언장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행률은 극히 미미하다. 총무원 총무부가 222회 중앙종회 정기회에 제출한 종책질의 답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종단 스님 가운데 90%가 넘는 1만969명이 유언장을 작성했지만 2011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유언장을 집행한 것은 총 17건에 불과했다.

이는 각 사찰에서 영향력이 큰 일부 스님들을 제외하고 상당수 스님들의 주거가 일정치 않아 입적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개인재산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재산이 파악돼 유언장을 집행하려고 해도 입적한 스님의 속가 가족이 돌연 나타나 유언장의 진위를 문제 삼으며 우선 상속권을 요구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졌다. 또한 조계종이 소송에 승소해도 민법에서 보장한 가족의 유류분만큼을 제외하면 금액이 크지 않아 유언장 집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삼보정재가 종단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입적한 스님들의 속가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출가한 스님들은 독신이고, 대부분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태이기 때문에 속가로 흘러가는 유류분의 상당수는 입적한 스님들의 형제자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개정안이 시행되면 독신 스님들이 작성한 유언장대로 사실상 100%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삼보정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총무원 관계자는 “그동안 스님들의 속가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인정하는 법적 한계로 삼보정재를 환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유언장에 대한 효력이 커져 삼보정재 유출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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